[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測量 미스

〈제8보〉(118~139)=박영훈은 고교 2년생이던 2002년 광고 모델로 등장한 적이 있다. 당시 二단이던 박영훈은 천원전서 사상 최저단 기록으로 우승, 그 대회 스폰서이기도 한 모 제약회사의 공익광고 시리즈 모델로 발탁됐던 것. 출연료의 절반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기사들 중엔 박영훈 외에 유창혁이 맥주, 서봉수가 기업 광고, 조훈현이 금연초 및 기업 광고에 각각 출연했었다.

끝내기 계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박영훈에게 완착(緩着)이 나왔다. 118이다. 123까지 귀를 크게 내주어선 너무 헤펐다는 중론. 당대 최고의 '측량사' 박영훈이 '상변 대첩(大捷)' 이후 지나친 낙관무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참고도처럼 바짝 조였어야 흑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백이 아직 약간이라도 앞선 형세. 124, 126의 보강 후 128로 막으며 다시 전투화 끈을 조여 맨다. 131 급소 일격엔 132가 준비돼 있었다. 138까지 중앙 백이 깔끔하게 수습됐다. 빗발치는 초읽기를 뚫고 왕야오는 139로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져넣는다. 어떻게 받을 것인가. 여기서 삐끗했다간 그 즉시 역전당할 것이다. 박영훈의 긴 상체가 바둑판에 빨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