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질러? 더 기다려?… 조여드는 선택의 순간 '햄릿 재테크'

"투자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해온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주택시장도 침체가 길어지자 비극의 덴마크 왕자 햄릿(Hamlet)처럼 재테크 판단에 머리를 싸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머니섹션 M은 4대 시중은행의 대표 PB들에게 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처방전을 받아 봤다.

내 집 마련 지금 시작할 것인가, 조정받는 주식 시장 그래도 들어갈 것인가, 금(金)을 포함한 원자재 투자 어떻게 할 것인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우유부단한 햄릿의 고민을 지혜로운 솔로몬의 선택으로 전환시켜 보자.

■ 금(원자재)

금, 다시 치솟을까 “비용 떼면 직접투자는 별로…”

금 투자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온스당 1500달러를 훌쩍 넘던 금값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4대 은행 대표 PB들은 "장기적으로도 금값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환율과 거래 수수료, 높은 세금을 감안할 때 국제 금 가격이 오른다 해도 남는 게 별로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준 하나은행 팀장은 "1년 만에 국제 금시세가 25% 올랐지만, 국내 고객이 직접 금괴를 사고팔았다면 세금 등 때문에 1% 손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금 통장 등을 통해 간접 투자한다면 수익률을 10%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금에 '올인'하지는 말되,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 대상에서 빼놓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관석 신한은행 팀장은 "자기 자산의 10% 이내에서, 분할 매수를 전제로 한다면 여전히 금은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 부동산

집, 남들도 안 사서… “일단 하반기에 생각해보자”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은 당장 급하지 않다며, 여유를 갖고 하반기 이후 기회를 내다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취득세 감면 조치에 이어 5월엔 수도권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조건 완화라는 추가 조치를 내놨지만 투자 심리 위축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추가로 부동산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작은 데다, 여전히 경제 상황이 불안하다는 이유를 들어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라고 조언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하반기 금리 인상과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시기를 조금 앞당긴다면 올 하반기쯤부터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부동산 정책이 점진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3분기 이후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실거주 수요가 많아 전세 시세가 좋은 지역을 골라 2~3년 후 입주를 목표로 전세를 낀 투자를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주식

주식, 손가락 근질근질 “이번 조정이 매수 타이밍”

4월 말 2200을 넘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2000대로 밀리면서 급격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외국인의 이탈에 따라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꺼림칙하다.

김연준 하나은행 분당 서현역 골드클럽 PB팀장은 그래도 '고(Go)'를 외친다. 김 팀장은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 미국의 경기 부양과 중국의 내수 확대, 3·11 일본 대지진까지 여러 요인이 우리 경제에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조정 이후 주식 시장의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기호 국민은행 강남PB센터 팀장 역시 "길게 보면 자동차, 정유, 반도체 부품 소재 등을 중심으로 실적 장세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투자를 권했다.

반면 이관석 신한은행 팀장은 "증시가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에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대신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 주식형 펀드라면 지금도 투자에 나설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