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의 종착역 '백령도'서 만난 '물범'

오랜 세월 거친 파도에 깎여진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옆으로는 코끼리와 사자,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움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다.

지난 월요일 오전 8시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 백 여명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서둘러 8시 50분에 출발하는 백령도행 표를 구매했다. 표를 받은 뒤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등을 적으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항시간이 다되어 사람들이 일렬로 줄지어 배 위에 올라탔다. '뿌우~뿌우~'. 커다란 뱃고동 소리가 울리더니 서서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착장에서 조금 떨어진 배는 커다란 물살을 일으키며, 곧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선실을 지나 바로 갑판 위로 올라갔다.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배 위에서 맞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이번 여행의 설렘을 더한다.

이제 자리에 앉기 위해 선실 2층으로 올라가니 대여섯 명의 관광객이 "이자리가 현빈이 탔던 자리야."라며 숙덕대고 있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보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출렁이는 파도를 넘어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백령도 용기포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앞에는 '현빈 백령도에 온 것을 옹진군민이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현빈이 지키는 백령도'를 말하는 것 같다.

관광객들은 "이곳에 온 김에 현빈 얼굴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부대에 맛있는 음식을 사들고 면회 가보자."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 주민은 "우리도 현빈 얼굴 보기 얼마나 힘든데요. 군 복무 중이라 불편하게 하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현수막 뒤편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사곶해수욕장'으로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으로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된 곳이다.

길이 3km, 너비 250m의 해변은 가는 모래로만 이뤄져 물이 빠지면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해진다고 한다. 직접 해수욕장에 들어가 해변을 걸었더니 발자국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딱딱했다.

발길을 돌려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순간, 우연히 해변에 착륙되어 있는 군용 헬기를 볼 수 있었다. 해수욕장이 실제 비행장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니 놀라웠다.

해수욕장을 둘러본 '두무진'으로 향했다. 명승 제8호로 지정된 이곳은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문진엔 특별한 바위가 있다. 바로 두문진선대암이다. 이 바위는 광해군 때 이곳으로 귀향 온 이대기라는 장군이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한 바위로 알려져 있다.

바다를 뚫고 나온 바위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있는 모습은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것과 같다. 파도가 치지 않는 날에는 아래로 내려가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심청각에 도착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선 심청이 동상과 심청이가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 그리고 북녘 땅인 황해도 '장산곶'을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심청전에 관련된 판소리와 영화, 고서, 음반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심청각에선 망원경을 통해 물범바위를 관람할 수 있다. 물범바위는 바닷물에 잠길 듯 말 듯 한 바위에서 물범 약 300여 마리가 집단 서식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물때를 제때 맞춘다면 물범을 자세히 관찰 할 수 있다. 물때를 놓쳤다면 두무진에서 운영하는 관광유람선을 타고 물범을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콩돌해안'. 이곳은 조그만 콩 크기의 조약돌이 해안에 지천으로 깔려있다. 선착장 앞 모래로 이루어진 '사곶해안'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해안을 따라 한걸음씩 발길을 옮길 때 나는 자갈소리는 기분까지 상쾌하다.

해안을 지나 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담수호'를 물들인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한결 느긋하게 호숫가를 걸으니 담수호 위에 떠있는 태양도 발걸음에 맞춰 산봉우리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감췄다.

다음날 오전 7시 인천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에서 만난 김흥분(65.여)씨는 "차타고 해변을 달려보고, 물범도 보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던 여행이었어요. 제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이에요."라고 말했다.

함께 여행을 온 김정자(56.여)씨는 "유람선을 타고 섬을 둘러봤는데 정말 아름다운 섬인 것 같아요. 누가 조각이라도 해놓은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물범바위에서 놀던 물범을 봤을 때는 두 눈을 의심할 정도였어요. 커다란 물체가 바위에서 꿈틀꿈틀하는데 정말 귀엽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 백령도 가는 방법
 대중교통 이용
 - 각 지역 기차역 - 서울역 - 동인천역 -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
 - 각 지역 버스터미널 - 인천 종합터미널 -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

■ 해상교통안내 (기상여건 등에 따라 변동 될 수 있으니 해당 선사로 확인)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 출발
 - 마린브릿지호(에이스마린 032-887-2891), 데모크라시호(청해진 032-884-8700), 프린세스호(우리고속훼리 032-887-2891) 약 4시간 소요

■ 관광안내
인천광역시 옹진군 관광문화과
관광계획팀 032-899-2211~4, 관광개발팀 032-899-2231~3, 민박지원팀 032-899-2241~2

백령면사무소
전화 032-899-3551~4

■ 백령도 먹을거리와 특산물
먹을거리 - 메밀칼국수, 자연산회, 냉면, 흑염소 등
특산물 - 까나리 액젓, 꽃게, 약쑥, 돌미역, 다시마, 해삼, 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