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人] "동물 이름 다 알아요" 2900여마리의 자상한 아빠

"백석아 이리 와 보렴."

지난 27일 오후 과천 서울대공원 유인원관. 이원효(58) 서울대공원장이 손을 흔들자 두 살배기 오랑우탄 '백석이'가 바닥을 긴 팔로 짚으며 다가왔다. 그는 오랑우탄을 번쩍 들어 무릎에 앉히고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몸이 안 좋아 수술을 했는데, 아직 회복 단계라 얼굴이 밝지만은 않네요."

"사자가, 말레이곰이, 홍학이…." 함께 대공원 안을 돌아다닌 1시간 동안 이원효 원장은 동물 가족을 한 마리씩 들어가며 설명하느라 바빴다. 동물들이 며칠 사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꿰고 있었다. 현재 서울대공원에는 동물 330종 29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혹시 동물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알죠. 벌써 얘들이랑 함께 지낸 게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누구나 그쯤 되면 저만큼 알게 됩니다."

이원효 원장이 서울대공원을 책임지게 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2002년 환경운동연합이 서울대공원에 사는 동물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슬픈 동물원'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이후 '비윤리적이다', '동물에게도 최소한의 생존은 보장해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공무원이 하던 대공원장을 공개 모집했다. 당시 롯데월드에서 마케팅 부문 이사로 근무하던 이원효 원장은 과감하게 지원했다.

"그런 상황에서 대공원장을 하는 건 위험한 일이죠. 하지만 수장(首長)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평생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대만의 Yamay 리조트 같은 테마파크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우선 아침·점심·저녁 먹이 주는 일이 다였던 사육사들의 일상을 바꾸려 했다. 매일 동물의 모습을 관찰해 기록하고, 우리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