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의 최장수 배우자

엘리자베스 2세(사진 왼쪽)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公·오른쪽)이 다음 달 10일 90세 생일을 맞는다. 1947년 여왕과 결혼한 필립공은 왕실 기록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영국 역대 군주의 배우자 가운데 최장수다. 1952년 여왕 즉위 이후 59년간 유지해 온 '왕의 배우자(consort)' 신분도 최장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왕실은 필립공이 "90회 생일이 평일(금요일)이라 휴무 없이 영국왕립청각장애연구소(RNID)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생일 파티는 일요일인 12일 열린다. 세인트조지 대성당 예배에 참석하고, 윈저성에서 생일축하 리셉션을 연다. 왕실은 웹사이트에 생일축하 코너를 개설, 국민들이 축하인사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필립공의 자리는 늘 '여왕의 두 걸음 뒤'였다. 90회 생일을 앞두고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왕의 남편이 되면서 자기 주도의 삶을 일찌감치 끝낸 것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중령으로 진급해 해군 경력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삶이 시작되려는 순간 결혼해 군을 떠났다"고 했다.

그리스 왕실 출신인 필립공은 영국 국왕 조지 6세로부터 공주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리스 왕족 지위를 버렸고, 그리스정교에서 영국성공회로 개종했다. 마운트배튼(mountbatten)이란 성(姓)은 영국으로 귀화하면서 모계 쪽에서 물려받은 것이다.

필립공은 잦은 실언으로 곤욕을 치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필립공의 실언 90개'를 정리해 보도하는 것으로 생일축하를 대신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당신은 여자인가요?"(1984년 케냐 방문 때 선물을 전달한 흑인 여성에게) "그때 간신히 잡아먹히지 않았구나!"(1998년 파푸아뉴기니를 여행하고 돌아온 영국 학생에게) "여기 더 오래 머물다간 당신도(동양 여자들처럼) 눈이 쫙 째진 채 집에 갈 거요."(1986년 중국 방문 중 영국 유학생에게) "나는 그가 마이크를 껐으면 좋겠다!"(2001년 왕실 버라이어티쇼에서 엘튼 존 공연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 "영국 여자들은 요리를 잘 못한다."(1961년 스코틀랜드 여성단체 연설에서) "당신들,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어."(1982년 솔로몬제도의 인구가 연간 5%씩 늘어난다는 말을 듣고 주민들에게) "런던의 문제는 관광객들입니다. 그들이 교통혼잡을 일으키죠."(2002년 시청 개관식에서) "여러분 대부분이 해적 후손 아닌가요?"(1994년 케이맨제도를 방문해서) "이 멍청한 놈!"(1997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주차 요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