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의 '쉼표' 찍는 '이색 카페'

1000년의 신라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는 볼 것도 다닐 곳도 많다. 이런 여행의 여정에 잠시 차 한 잔으로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경주에 위치한 다양한 이색 카페는 여유와 재미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1000년의 역사와 마주한 카페'

고(古) 신라시대 무덤 중 하나인 봉황대가 자리 잡은 경주 노동동. 이곳은 경주 시내에 카페들이 밀집한 카페거리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주인장의 기타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카페가 있다.

2차선 차도 하나를 두고 1000년의 역사와 마주한 카페.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커피향이 물씬 풍긴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키고 신라시대의 사적 봉황대가 내다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노라면 시간은 더욱 더디게 흘러간다. 오히려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갔음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혼자 여행을 하다, 또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한 흔적이 카페 벽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메모가 말해주고 있다.

카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무대의 기타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쑥스러운 듯 망설이시던 주인장이 기타를 연주하자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무대를 향한다. 세련되지 못한 투박한 노래 솜씨가 커피에 낭만과 휴식 한 스푼을 더한다.

카페주인 김중연(36) 씨는 "다른 경관 좋은 카페도 많겠지만 문화재와 유적지가 바로 앞에 있는 공간이라 손님들이 더욱 특별한 느낌을 받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카페를 비롯해 봉황대 근처는 약 11개의 카페들이 밀집해 있어 카페거리를 이루고 있다.

'여행객이 주인이 되는 찻집'

"계세요? 계세요?" 손님의 부름에도 묵묵부답인 찻집 안. 이곳은 손님이 주인이 되는 경주의 무인 전통찻집이다. 전통찻집에서 손님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보는 것도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일이다.

찻집 밖 정원의 들꽃을 지나 전통 대문형식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셀프입니다'라는 글귀가 찻집의 특성을 잘 알려준다. 전통 차 수업도 진행하고 있는 이집은 지금 이름 그대로 온 집안에 들꽃향기가 가득하다.        

실내를 둘러보니 구조가 원래 한옥을 리모델링한 집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층에는 방이 전체 5개인데 각 방마다 초롱, 금낭, 나리, 찔레, 사랑초 등 들꽃 이름이 기와에 새겨져 있어 정겹고 운치가 있다. 반면 2층에는 카페 주인이 직접 전통다도 수업을 진행하는 장소다.

또한 방마다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모든 다구들이 거의 갖춰져 있다. 수도시설까지 돼 있어 한자리에서 마시던 찻잔까지 씻을 수 있다. 이용한 찻잔과 다과 접시 등을 직접 씻어 정리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유를 느끼는 것은 호사다.

이집에서 맛 볼 수 있는 차 종류는 보이차, 녹차, 쑥차, 생강차, 대잎차, 아카시아차, 모과차 등 10여종의 차들이 준비돼 있다. 또한 다식도 함께 준비돼 있으며 과일도 마련했다. 이 모두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갈 때 돈 통이라고 만든 쌀뒤주에 5천원만 내면 된다.
  

"각박한 요즘 같은 세월 속에 지치는 이들에게 여유를 부리면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찻집 주인 문정혜(53) 씨는 말한다.

전통 찻집 고운은 어떤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은 편안함 가운데 차를 마시고 싶은 주인장의 의도가 숨어있다.

여행 Tip

Coffee Club R
주소: 경북 경주시 노동동 14번지 1층 북측
연락처: 070-7631-4620

들꽃향기 고운
주소: 경북 경주시 인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