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납니다"… 정말?

김모(51)씨는 2008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서울 송파구에 프랜차이즈 주점을 차렸다가 큰 손해를 보고 1년 6개월 만에 가게를 접었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살고 교통도 좋아 대박이 날 것"이라는 프랜차이즈 업체 영업사원의 말에 솔깃해 덜컥 2억원을 투자했지만, 한 달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김씨는 "처음에 상담해준 사람이 본사 영업사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외부에서 영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다"며 "가맹점을 운영하다가 처음 약속했던 내용과 다른 것이 많아 본사에 문의하면 '우리 직원이 한 말이 아니어서 책임질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퓨전주점·치킨센터 같은 각종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가맹점을 내는 서민 창업자들이 '오더맨(order man·주문받아 주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오더맨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 체결을 전담하는 계약직 사원을 뜻하는 업계의 은어(隱語)다. 최근 급속하게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는 커피전문점 등이 오더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 서모(38)씨는 작년 말 모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영업사원(오더맨)과 상담한 뒤 서울 강남구에 가맹점을 냈다가 권리금 사기까지 당했다. 창업할 때 권리금으로 1억5000만원을 냈지만, 가게를 낸 뒤 인근 상가에 알아보니 권리금은 1억원 정도였다. 오더맨이 부동산 중개업자와 짜고 권리금을 높게 받아 챙긴 것이다. 이 오더맨은 "매달 최소 3000만원대의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자료를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씨는 6억원을 투자한 가게를 6개월 만에 내놓았다.

오더맨들은 기본급을 낮게 받거나 아예 받지 않는 대신 가맹점을 계약시킬 때마다 성과급을 받는다.

오더맨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유모(49)씨는 "오더맨과 본사의 계약은 보통 가맹점 개설에 따른 수입을 본사와 오더맨이 5:5 또는 6:4로 나누고, 가맹점에서 나오는 수입의 1∼2％를 오더맨들이 갖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더맨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의 장점을 부풀리기 일쑤다. 유씨는 "오더맨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창업자들을 부추겨 계약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오더맨을 쓰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 당국도 특별한 조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장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가맹본부나 가맹중개업자(오더맨)가 똑같이 처벌받지만, 단순히 오더맨을 쓰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더맨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창업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컨설턴트 같은 거창한 이름을 달고 현혹하려 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영업사원이 정규직인지 해당 본사에 반드시 확인하고, 해당 브랜드를 최근에 오픈한 점포 몇 군데를 찾아가 상담 내용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