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暗行御史

〈총보〉(1~216)=이 바둑은 내용뿐 아니라 시간 사용에서도 몇 가지 '대기록'을 남겼다. 흑 혼자 사용한 시간이 무려 4시간32분이다. 1인당 3시간을 다 쓴 뒤부터는 한 수를 1분 안에만 두면 시간이 얼마든지 연장된다. 43에 55분, 59엔 무려 78분을 투자했다. 이 판에 대한 왕야오의 집념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절절히 전해주는 '증빙자료'다.

박영훈의 기보 중 이처럼 터프하고 호전적인 바둑은 거의 없었다. 수비 일변도에 계산으로만 이겨간다는 누명(?)을 단번에 벗어던진 일국이었다. 중반 상변 침투 때 실착이 있었지만 눈부신 수읽기로 역전시키며 본선에 안착했다. 종반 좌하귀서의 과감한 결단도 돋보였고, 마지막 절체절명의 순간 암행어사가 마패 제시하듯 내민 184 묘수는 압권이었다.

15회 LG배 첫 판서 갈렸던 둘의 명암은 1년 만에 바뀌었다. 7년 연속, 통산 8회째 본선에 오른 박영훈의 올해 종착역은 어디일까. 작년 '깜짝 4강'의 주역 왕야오는 금년엔 볼 수 없게 됐다. 참고도는 135로 1에 이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그림. 6 이후 A와 B를 맞봐 흑의 낭패다.(97…88, 130…19, 173…165, 176…170, 202…198, 216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39분, 흑 4시간3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