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1일부터 사실상의 자문형 랩(맞춤형 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이 상품은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1억원 수준으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판매될 전망이다.
31일 은행 및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일 브레인투자자문 등 세 곳의 자문사와 연계한 'KB와이즈특정금전신탁'을 출시한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원으로, 프라이빗뱅킹(PB)사업부와 은행 각 지점의 일부 VIP 고객을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자문형 신탁'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상품은 증권사들을 통해 고액 자산가들에 인기리에 판매된 자문형 랩과 사실상 동일한 상품이다.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어 그동안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자문형 랩을 취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에 '자문형 특정금전신탁 표준약관(계약서)'이 승인되면서 '자문형 랩'은 팔지 못해도 똑같은 상품을 '자문형 신탁'이라는 이름으로는 팔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10곳의 자문사와 자문형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자문사 3곳과 연계한 상품을 먼저 내놓은 후 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해 나머지 7개 자문사와 연계된 상품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 자문형 신탁을 출시하게 됐다"며 "펀드처럼 판매할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가입금액(5000만원)을 낮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3일 피데스투자자문 등 세 곳의 자문사와 연계한 '신한프리미어자문형신탁'을 판매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원래 1일부터 자문형 신탁을 판매하려고 했으나 내부 협의 문제로 2주 정도 출시 일정을 미뤘다.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며 계약기간은 3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도 브레인, 피데스, 알바트로스투자자문 등 7곳의 자문사와 연계된 자문형 신탁 상품을 오는 16일부터 판매한다.
☞자문형 신탁
자문형 특정금전신탁은 은행이 고객의 돈을 신탁(信託·특정 금액을 수탁자에게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받아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돈을 굴린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원금 손실이 없는 은행 예금과는 달리, 투자 성과에 따라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증권사의 자문형 랩(맞춤형 종합자산관리계좌)과 사실상 동일한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