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50주년에도 조용한 그의 고향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50주기인 2일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지만 고향인 아이다호주(州) 오크 파크(Oak Park)에선 그날을 조용히 보낼 것이라고 시카고 트리뷴이 전했다. 신문은 "50번째 기일(忌日)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헤밍웨이재단의 입장을 전하면서, "그런(자살한 날을 기념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이해할 만하다"고 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을 써낸 문학적 성상(聖像)으로 퓰리처상·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항공기 사고에서도 살아남아 남성성과 도전정신이 부각돼 있지만 말년에 우울증·편집증·고혈압·당뇨와 양극성 인격장애를 앓아 전기충격 치료를 받았고 두 차례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다. 그리고 결국 1961년 6월 2일 아침 아이다호주 케첨시(市) 자택에서 엽총 총구를 입에 문 채 격발해 자살했다. 유족들은 "총기 손질 중 사고로 숨졌다"고 했지만 1966년 친구가 낸 회고록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헤밍웨이 박물관 관계자는 "그의 최후를 묻는 게 방문객들의 첫 번째 질문 중 하나"라며 "그의 최후의 선택이 그에 대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일지 모른다"고 했다. 오크 파크는 헤밍웨이 생가 탐방으로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헤밍웨이 박물관은 흉상·티셔츠·퍼즐·와인병마개·안경·신발 등 그의 남성적 매력을 표현한 기념품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