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세계보건기구) "휴대전화 전자파, 癌 유발 가능한 물질"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WHO가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위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 휴대전화 사용자는 약 50억명에 달한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날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암 유발 가능성이 있음'을 뜻하는 '발암 위험 평가 기준 2B'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준은 5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2B는 '암 유발 물질'이라는 뜻의 1, '유력한 암 유발 물질'을 지칭하는 2A에 이은 세 번째 단계다. 2B로 분류된 물질은 약 270개로 살충제(DDT)·납·배기가스 등이 포함돼 있다.

◆"휴대전화 전자파 뇌종양·청각신경종양 유발 가능"

14개국 출신의 전문가 31명은 지금까지 발표된 휴대전화 관련 연구 논문 수백 개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휴대전화 전자파 때문에 발암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암은 신경교(神經膠)종양, 청각신경종양 등 2종류"라고 전했다. IARC는 "10년 넘게 하루 30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양 발생 확률이 4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IARC의 연구를 이끈 미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예방의학과 조너선 사메트 교수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충분한 증거들이 있다고 보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휴대전화와 암 사이의 관계를 앞으로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가 다수 수행됐지만 명확한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미 국립보건원은 올해 2월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의 활동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그러나 이 자극이 뇌에 끼치는 영향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연구팀이 당시 50분 동안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47명의 뇌를 PET(양전자 단층촬영)로 관측한 결과 안테나와 가까운 부분의 뇌 활동이 7%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유발 가능 목록엔 커피도"

휴대전화 업계는 WHO가 전자파를 '암 유발 요소'가 아닌,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요소'로 규정했음을 강조하면서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무선통신협회 존 월스 부회장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IARC의 연구 결과를 '휴대전화가 암을 발생시킨다'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미 식품의약청과 연방통신위원회는 여전히 휴대전화와 건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업계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속하게 된 '발암 위험 평가 기준 2B'에 커피와 피클이 속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휴대전화업체 공식 대응 없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언급을 자제했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미국의 애플이나 모토로라 등 외국의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공식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될 경우 닥칠 법적 소송에 대비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