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통보,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회사원 장모(48)씨는 요즘 어머니 암 치료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올해 초 어머니(75)가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위암이 발견됐다. 의사는 큰아들인 장씨를 불러 이 사실을 알리고 수술을 권유했다. 장씨는 어머니가 충격에 빠질 것 같아 암 진단 사실을 숨기고 "장이 꼬였으니,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된다"고 해서 수술을 받게 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재발을 줄이려면 추가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어머니가 뒤늦게 암 진단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지지 않을까 고민이 큰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암 통합치유센터 김현수 교수팀이 지난달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암 발생 소식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가 암 환자에게 병세를 직접 설명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암환자이든 일반인이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9명(89%)은 암 진단 초기 단계부터 의사한테 직접 암 발생 사실을 전달받길 원한다. 가족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길 원하는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의사가 암 발생을 전할 때도 대다수가 에둘러 말하는 것보다는 '암'이라고 솔직히 말해주길 원했다. 병세가 말기 암이고,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이 사실을 가족을 통해 듣기(14%)보다는 대부분(84%) 처음부터 의사가 자세히 설명해주길 바랐다. 국내에서 다양한 계층의 '암 의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명지병원 김현수(정신과) 교수는 "이번 조사로 암 환자가 희망을 잃거나 충격을 받을까 봐 진실을 전하지 않는 것은 환자가 원하는 바와 다를 수 있고, 특히 어떤 경우든 환자 본인이 소외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