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非호감' 황록색으로 통일… 호주의 금연실험

황록색 담뱃갑은 금연 효과를 얼마만큼 낼 수 있을까? 호주 정부와 담배업계가 껍데기를 놓고 열띤 색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담뱃갑 전체를 황록색(olive-green·사진)만으로 꾸미도록 강제하는 '단순포장법(plain packing law)'을 시행할 계획이다. AP 등 외신들이 '세계 최강력 금연법'으로 표현한 이 법은 오는 7월 하원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 발효된다. 앤드루 휴즈 호주국립대(ANU) 마케팅 전공 교수는 "단순포장법은 맥도날드로부터 골든 아치(머릿자 M을 형상화한 노란색 거대 로고)를 앗아가는 격이다"고 말했다.

담배는 호주 내 TV·라디오·인쇄 매체에서 진작 광고 규제를 받아 왔다. 정부가 광고의 최후 보루로 남은 담뱃갑을 황록색으로 하려는 이유는 '가장 칙칙하고 덜 끌리는 색깔'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1일 "잡지 편집장들이 녹색 표지를 금기로 삼는 것 역시 (판매부진) 경험 때문이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담뱃갑 디자인을 강제 통일한 선례는 없고, 따라서 포장과 금연의 상관관계는 미지수다. 스티븐 배일리 디자인 평론가는 "럭키 스트라이크가 녹색 담뱃갑을 백·흑·적색 갑으로 바꿔 엄청난 실적을 올렸듯 디자인 비중은 크다"면서도 "녹색이 비(非)호감 색이어도 판매 억제 효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흡연자 비율이 17%에 이르고 매년 1만5000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속 타는 담배업계는 "합법적 상품에 대한 법적 근거없는 규제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호주 내 최대 담배업체 BATA는 위조품과 외국산 밀수 담배가 범람할 것이라며 제품값을 대폭 인하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