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 안한다 말 많던 '펜디 패션쇼' 세빛둥둥섬서 열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가 2일 저녁 서울 한강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에서 2011 가을·겨울(F/W) 컬렉션 패션쇼를 열었다.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둔 2007년 중국 만리장성에서의 패션쇼에 이어 4년 만에 아시아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쇼였다.

'한다' '안 한다'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행사다. 지난달 초 펜디가 모피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에서 모피쇼를 열 수는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이러자 서울시는 "모피가 포함되면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펜디측에 모피를 빼라고 요구했다가 '국제적 신뢰를 깨뜨리는 조치'라는 비판이 일자 다시 쇼를 허용했다. 펜디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모피 20여점을 포함한 가을·겨울 룩(look) 50점과 함께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의 아이템을 추가로 선보였다.

한국의 대표 모델 장윤주·한혜진·이현이를 비롯해 일본 수퍼모델 도미나가 아이 등 모델 50여명이 가죽·모피에 트위드·캐시미어·새틴 등 다양한 소재를 더한 화려하고 강렬한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소재와 색채에 있어선 주홍·청록, 초록·빨강처럼 보색을 과감하게 섞어 쓰고 레이스와 시폰에 과감하게 모피를 덧대는 등의 대담함을 보인 반면, 전체적인 선(線)에 있어선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는 절제미를 추구했다.

패션쇼장엔 1000여명이 들어찼고, 쇼가 끝난 뒤 파티엔 2000여명의 손님이 몰렸다. 중국 배우 장쯔이, 일본 모델 마츠시마 하나, 대만 여배우 허우페이천, 홍콩 방송인 힐러리 추 등 아시아 각국 유명인사도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펜디는 초청장이 없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세빛둥둥섬 부속시설인 미디어아트갤러리에 화상(畵像)시설을 마련, 쇼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온라인 홈페이지(hanriver.fendi.com)를 통해 전 세계에 이날 쇼를 생중계했다.

한편 이날 세빛둥둥섬 입구에선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 200여명이 "모피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집회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