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산복 색깔 너무 알록달록"

 

"굳이 비싼 고어텍스 의류에 꼭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한국 같은 지형에선 순면이나 저지로 된 옷을 입고 등산해도 충분하다."

프랑스 출신 장 콜로나(55·Colonna)는 피에르 발망·장 폴 고티에·칼 라거펠트·티에리 뮈글러 등 명품 브랜드에서 액세서리·캐주얼 의류를 만들어 온 유명 패션 디자이너다. 1987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류·액세서리·속옷을 만들어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손잡고 '트래블 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콜로나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 등산로 입구나 도심에서 등산복 입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는데 그때마다 한국 아웃도어 의류는 아직 과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왜 과도기라는 것인가.

"산에서 입는 옷과 도심에서 입는 옷이 여전히 분리돼 있다. 색깔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등산복은 여전히 고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옷이다. 이런 옷을 입고 등산하다 백화점에 내려와서 쇼핑하고 저녁 모임에까지 참석하는 건 무리지 않나."

―그럼 등산복으로는 어떤 색이 좋을까.

"검정이 기본이다. 어떤 상황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는 세련된 색깔이다. 여기에 어두운 초록이나 황갈색을 섞어 리듬감을 주면 좋겠다."

―적잖은 한국 사람들은 검정 옷을 칙칙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검정 옷이라도 디자인을 다르게 하면 된다. 가령 등산복 점퍼는 대개 허리에서 떨어지는 짧은 옷인데 이를 원피스처럼 디자인하면 달라 보인다. 색실을 적절히 활용해 마무리하면 등산복으로 위험하지도 않고 산에서 내려와 근사한 식당에서 데이트할 때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옷이 된다. 30~40대 남자를 위한 아웃도어 코트도 마찬가지다. 등산할 때나 비행기를 탈 때 편하게 입고 뒹굴 수 있는 옷이라도 선이 말끔하고 근사한 검은색으로 만드는 거다."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는 옷을 추구한다던데.

"한국 사람들은 오래 입어도 원형 그대로인 옷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유럽에선 입을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원단을 선호하는 추세다. 어떻게 입고 세탁하느냐에 따라 색이나 모양이 달라지는 티셔츠 같은 옷. 100명이 입는다 치면 몇년 후엔 이 옷이 다 각기 다른 100개의 티셔츠가 되는 셈이다. 그게 진짜 디자인 아닐까. '고기능성 원단'이라고 적힌 라벨만 보고 옷을 고르는 시대는 지났다. 입어보니 편안하고 예뻐서 샀는데 나중에 보니 기능까지 훌륭해서 만족하게 되는 옷. 그게 진짜 아웃도어 의류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