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커피 마니아

〈제11보〉(185~216)=예민한 사람들은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시면 밤잠을 설친다. 반대로 몇 잔을 마셔도 쿨쿨 잘만 자는 사람들도 많다. "커피 마시면 잠 못 잔다"고 만류하자 "커피가 마시고 싶어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하더란 우스개도 있다. 박영훈은 바둑계에서 대표적 '잠꾸러기'인 동시에 최고의 커피 마니아로 꼽히는 기사. 지난달엔 커피회사 주최의 입신최강전(맥심배)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하기도 했다.

백△로 인해 우하귀는 그냥 잡히지 않는다. 다시 패(覇)인데, 이제 팻감은 거꾸로 백에게 더 많다. 패에 들어가기 전 196에 먼저 끊어 팻감을 키운 것도 용의주도한 수. 200 때 참고도 1로 패를 해소하면? 우상쪽 백이 잡히지만 백2 빵때림의 전과도 엄청나다. 4 이후 흑이 하변을 살 때 A로 막아 반면(盤面)으로도 백이 남는다는 결론.

203 이하는 옥쇄(玉碎)의 수순이다. 216에서 돌을 거뒀다. 중앙 백 9점을 잡은 정도로는 앞서 좌하귀와 우변의 피해가 워낙 커 역시 반면으로도 백이 약간 이기는 계가다. 왕야오가 낙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린 사이 박영훈이 자리를 떴다. 잠시 후 돌아온 그의 손엔 또 한 잔의 커피가 들려 있었다. (202…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