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휴대전화가 전자파 덜 발산

한국산 휴대전화가 외국산 휴대전화에 비해 인체에 전자파를 덜 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후, 휴대전화의 전자파 방출량은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미국의 IT전문매체 CNET이 지난달 말까지 미국에 출시된 휴대전화의 '인체 전자파 흡수율(SAR)'을 집계한 결과, 전자파를 적게 내뿜는 휴대전화 상위 10개 중 한국 제품이 9종 선정됐다. SAR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인체에 흡수되는 전자파의 에너지양을 측정한 값이다. 이번 집계에 쓰인 SAR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증한 시험기관에서 IEEE(전기전자기술자협회)가 정한 방식에 따라 측정했다.

삼성전자는 1위 '블루어스'를 비롯해 스마트폰 '갤럭시S'의 미국판 모델 '캡티베이트' 등 8개 제품을 순위에 올렸다. 가장 전자파를 덜 발산하는 휴대전화로 꼽힌 블루어스는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친환경' 콘셉트 제품이다. 전자파 방출량 제한 기준(1.6)의 8분에 1에 불과한 0.196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퀀텀'은 0.35로 7위에 올랐다. 한국 제품 외에는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아이디어스X5'가 5위로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휴대전화가 방출하는 전자파는 제조업체의 영원한 딜레마다. 방출량이 많을 경우 인체에 유해할 수 있고, 적을 경우 전파 수신율이 떨어져 통화가 안 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 왔다. 국내 업체들은 인체에 흡수되는 전자파를 줄이기 위해 전파를 송수신하는 안테나를 전화기 아래쪽에 배치하고 있다. 안테나가 위쪽에 있으면 귀에 가까워져 전자파 흡수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전파가 휴대전화 뒤편으로 나가도록 설계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안테나 배치 기법은 여러 업체에 보편화됐지만 전파 방출 방향을 조절하는 기술은 아직 국내 업체들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이번 집계 결과는 한국 기업들의 끊임없는 연구 개발 성과가 누적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