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 동상에 붉은 페인트

부산 '임시수도기념거리'에 세워진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오전 7시 30분쯤 부산 서구 부민동 임시수도기념관 앞에 있는 이 전 대통령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가 피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지나가던 시민이 발견, 신고했다.

경찰은 "페인트가 높이 1.7m가량인 황금색 동상의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려 얼굴 전체를 붉게 물들인 후 왼쪽 가슴 방향으로 내려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CCTV가 없고 목격자도 나오지 않아 주변 탐문 수사를 벌이는 한편 범인의 이동 추정 경로의 CCTV를 확보, 분석하고 있다.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뻗고 왼손엔 헌법책을 들고 있는 모습의 이 동상은 부산 서구가 지난 4월 초 설치했다. 서구측은 "6·25 전쟁 당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던 임시수도기념관 주변을 '임시수도기념거리'로 조성 중"이라며 "침체되고 낙후된 지역에 새 문화 브랜드를 구축, 활기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이 '임시수도기념거리'의 길이 600m, 폭 6~12m 도로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피란민 행렬 및 천막에서 공부하는 학생 등의 동상, 조형 벽면 등이 설치돼 있다.

부산시는 이 임시수도기념관 등을 확대해 '이승만 전 대통령 박물관' 조성을 추진 중으로, 이 사실이 알려진 이날 4·19혁명동지회 부산지부 회원들이 부산시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 동상 설치 등에 대해 항의했다.

부산시 이철형 문화체육관광국장은 "4·19혁명동지회 부산지부 회원 16명이 찾아와 '전국의 회원들이 시위 등 실력행사에 나서려 한다'며 동상 철거와 박물관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며 "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그러나 "박물관 조성 방침은 변함없다"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차분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