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은 왜 평양냉면과의 일전(一戰)에서 패했는가.
6·25전쟁 이후 60년이 흐르면서 평양냉면은 이남에서 '명품' 반열에 올랐지만 함흥냉면은 대중 메뉴처럼 돼버렸다. 메뉴판에 감히 '평양냉면'을 올리는 동네식당은 거의 없지만 '함흥냉면 전문'이라면서 들척지근한 비빔냉면을 내놓는 집은 부지기수다. 냉면 '명가'들의 가격을 봐도 평양냉면은 8000~1만1000원이지만 함흥냉면은 7000~8000원이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은 이에 대해 "평양냉면집은 만두나 불고기 같은 메뉴가 있어 다양한 모임을 하기에 좋다 보니 이남 사람들이 더 선호하게 됐을 것"이라며 "함흥냉면집 메뉴엔 냉면과 홍어회밖에 없고 고깃집에서 '후식냉면'으로 함흥냉면을 내놓으면서 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북한 뉴스가 평양에 집중되면서 주로 평양 음식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도 함흥냉면의 입지를 좁혔다. 함흥 출신 한 실향민은 "남북정상회담이나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늘 '평양냉면을 먹었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젊은 사람들은 함흥냉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 전문가들의 해석은 좀 다르다. 평양냉면보다 함흥냉면이 상대적으로 흉내 내기 쉬운 음식이어서 대중화됐을 뿐, 그 고유의 음식가치는 두 냉면 모두 비등하다는 것이다.
요리연구가 박종숙씨는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 건면을 사다가 매운 회무침을 얹어서 만들면 대충 흉내라도 낼 수 있지만 평양냉면은 그 오묘한 육수 맛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며 "함흥냉면이 요즘 입맛에 더 잘 맞기 때문에 널리 퍼진 것이지 그 가치가 떨어진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