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4형제, 그들은 모두의 형제다"

네 형제가 한국전쟁과 월남전에서 순국한 '울산의 국가유공 4형제'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제가 올해로 15년째를 맞았다.

'울산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추모사업회'(회장 이이건)는 현충일인 6일 오전 울주군 두동면 구미리 '국가유공 4형제 묘역'에서 유족, 박맹우 울산시장, 신장열 울주군수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를 가졌다. 4형제는 이재양(1959년 별세), 류분기(1972년 별세)씨 부부의 6형제 가운데 넷이다. 장남 이민건 하사, 차남 이태건 상병, 삼남 이영건 상병(이상 육군), 육남 이승건 중사(해병)다.

장남·차남·삼남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입대해 다음 해인 1951년 장남은 금화지구, 차남은 철원지구에서 전사했다. 삼남도 전사했으나 정확한 일시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막내는 1964년 해병대에 입대해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에 파병돼 쾅나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4형제 추모제는 사남 이부건(74)씨가 1997년 자비로 처음 마련했다. 이씨는 "형들과 동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남기고, 부모의 한(恨)도 위로하기 위해 조촐하나마 넋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던 것"이라고 했다. 추모제는 이후 4년간 가족행사로 이어지다가 2001년부터 국가보훈처가 경비를 지원하면서 울산의 대표적 보훈행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울산지역 기관장, 정치인, 시민 등 300~400명이 참석하는 큰 행사가 됐다.

추모제에서 이씨는 "형님들이 전장에서 쓰러져 간 지 올해로 60년이 됐지만 그 아픔과 상처는 아직도 커다랗게 남았다"고 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세 아들의 전사통지서가 차례로 날아들자 화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막내의 전사 소식에 세상을 등졌다. 이씨는 "막내가 월남전 자원해 간다는 것을 파병 하루 전에야 알고 어머니와 내가 결사적으로 잡았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별세 직전인 1971년 네 아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공을 인정받아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다.

이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6·25 전쟁'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추모제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이 아버지·어머니 세대가 목숨 바쳐 지켜낸 희생의 산물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추모제를 여는 것 이 외에도 '4형제 묘역'을 찾는 학생들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일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