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桑田碧海

〈제4보〉(74~100)=윤준상의 올해 성적은 6월 3일 현재 21승 4패. 다승(多勝) 3위, 승률은 2위에 해당한다. 21승 중엔 16연승이 포함돼 있다. 그 과정에서 거의 모든 기전 본선진출이란 전리품도 챙겼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두 달 전 시작한 실내 암벽타기에 흠뻑 빠졌다. 바둑은 머리만 쓰는 것 같지만 체력이 보강되면 희한하게 성적이 오른다. 국내랭킹 10위권 재진입(현재 12위)이 임박했다.

죽은 듯 누워 있던 흑 대마가 ▲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은 74로 하나 밀어놓고 76으로 우변을 뚫었다. 백의 입장에서 매우 통쾌한 장면. 반면 흑은 처참한 몰골로 변한 고토(故土)를 보며 아픈 가슴을 안고 77의 보복에 나선다. 하지만 백이 못 이기는 체 80까지 착실히 살아두니 별 게 없다. 공격에 앞서 자신의 허점부터 보강하라는 공피고아(攻彼顧我)의 가르침 그대로다.

81은 짭짤했고 85도 매우 큰 곳. 하지만 85로는 93에 두고 백 '가' 때 88에 호구쳐 대마를 보강하는 게 시급했다. 87을 게을리하면 참고도 7까지, 좌우 흑이 얽혀 양곤마로 쫓기게 된다. 90부터 본격 공격개시. 97까지 시달리다 보니 안형(眼形)이 확실하지 않다. 100까지 때아닌 패싸움이 벌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