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찾아가 '새 빛' 선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2000㎞ 떨어진 하우트주에 사는 투멘뎀베(16)군. 2주 전 집에서 우연히 눈에 띈 총알을 망치로 때렸다가 실명 위기에 처했다. 총탄의 작은 쇳조각 3개가 오른쪽 눈 홍채를 뚫고 유리체에 박혔다. 병원에선 "수술할 길이 없다"고 했다. 가족은 망연자실했다.

7일 울란바토르 볼로르 멜리이 안과병원. 눈을 다친 그 소년이 '바야를라(고맙습니다)'를 거듭했다. 제거 수술에 성공한 이방인 의사는 밝게 웃었다. 몽골 의사들은 박수 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술 전 과정을 지켜본 표정엔 경외감마저 묻어 있었다.

광주광역시 이연안과 임선택(47) 원장은 이날 3명의 시력을 되찾아줬다. 몽골 최대의 안과병원이지만 시설은 열악했다. 수술 현미경이 낡아 망막에 낀 막을 제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망박 권위자인 임 원장은 3년 전 몽골과 인연을 맺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초청으로 태국에서 열린 공중보건 안과교육 세미나에 갔다가 몽골 안과의들과 친해졌다. 이후 몽골 의사들이 이연안과를 찾아와 망막과 백내장 연수를 받았다. 재작년에는 이연안과 의사들이 몽골을 방문했다. 올해는 임 원장이 수술을 부탁받고 직접 나섰다. 닷새 일정으로 간호사 1명과 100가지 넘는 기구를 들고 갔다.

임 원장은 "몽골은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이런 교류를 통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연안과는 2002년 러시아 연해주 봉사를 시작으로 중국 옌볜, 키르기스스탄, 베트남 등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