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가락에 대박 난 5일장… 지역경제도 '얼쑤'

정선아리랑 공연이 처음 열렸던 2006년 정선5일장을 다녀간 관광객은 총 13만4000여명이었다. 해마다 공연에 내실을 갖추고 시장 시설을 개·보수하면서 2010년엔 총 61회 장이 서 27만5000명이 다녀갔다. 한 번 장이 설 때마다 평균 45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셈이다. 봄나물이 절정이던 지난 5월 말엔 하루에 7000여명이 몰렸고, 관광버스를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북새통을 이뤘다.

1966년부터 열린 정선5일장은 1990년대 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정선 인구가 4만5000여명으로 줄고, 장터 내에 현대식 마트가 들어서면서 상인들의 위기감은 최고에 달했다. 이윤광(52) 상인회장은 "지금은 157개 점포에 노점 200여개가 운영되지만, 당시엔 80개가 안 되던 점포에도 빈 곳이 많았다"며 "하루 방문객이 100명에 그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7일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정선시장.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리랑예술단원 7명이 시장 중앙무대에서 부르는 '정선아리랑'이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신명나게 장터 안에 울려 퍼졌다. 200여명의 관람객 주변 좌판에서 파는 곰취·참취·곤드레나물·황기·칡 등 산나물과 약초의 알싸한 향기가 아리랑 가락과 뒤섞였다.

이날은 매달 끝자리 2·7일에 열리는 정선5일장이 선 날. 무대 옆 간이 식당에서 강원도 토속 음식인 콧등치기 국수와 곤드레 막걸리를 먹던 주정환(48·충남 천안시)씨는 "시장통 한가운데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몰락해가던 지방 장터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 엔진으로 살아나고 있다. 고루한 시골시장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고품격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으로 활로를 찾은 재래시장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상인들은 매출이 늘었고, 인구 감소로 침체에 빠졌던 지역경제도 덩달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선군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5일장을 찾은 관광객 한 명이 평균 6만8000원을 썼다"면서 "1년간 189억원이 넘는 소득 창출 효과가 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윤광 상인회장은 "5일장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농민들도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돼 좋아한다"며 "인기가 좋은 산나물은 정선에서 나는 물량만으로는 부족해 영월, 평창 등에서도 들여온다"고 말했다.

헛개나무·황기 등 약초를 파는 김규원(55)씨는 "외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서 물건을 사 가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은 신이 난다"고 말했다. 곰취와 곤드레나물을 커다란 비닐봉지로 두 묶음을 산 조재숙(51·경기 양평군)씨는 "직접 와보니 물건도 좋고 옛날 시골장터의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하동5일장은 지난 4월부터 매달 첫 번째 장날(2·7일)에 '원숭이 모노드라마' 공연을 새로 시작했다. 연극배우 출신인 한상덕(51) 경상대 중문과 교수가 원숭이로 분장해 1시간 넘게 1인극을 펼친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조사한 하동5일장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06년 1000명에서 2008년 1313명, 2010년 452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용우 하동군청 경제정책담당은 "시장에 총 234개 점포 중 최근 2년 동안에만 12개가 새로 문을 열 정도로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시 춘천낭만시장은 시장 전체가 '낭만'이라는 주제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시장 종합안내소인 '낭만살롱'을 만들고, 시장 내부 통로를 활용한 '낭만극장'에선 영상공연·마임 등이 열린다.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은 세종대왕이 자주 찾은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해 지난해 '임금님 행차' '온궁 수라상' 등의 이벤트로 인기를 끌었다. 온양온천시장 사업단 도미라 팀장은 "상인들이 전년보다 30% 정도 매출이 올랐다며 만족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