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의 반란… "꿈을 노래합니다"

"음악생활 30년에 낸 첫 앨범입니다. 마흔아홉 살에 데뷔한 거죠. 다들 먹고사느라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소규모 길거리 공연도 하려고요.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공연도 하고요."

40대 5명으로 구성된 밴드 '옆집 아저씨'가 1집을 냈다. 기타의 박강서(49)·최수현(46), 드럼 조영주(46),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상태(42), 베이스 강내혁(41)씨다. 평균 45세. 그동안 배경음악을 만들거나 무대 뒤편에서 연주만 하다가 의기투합해 직접 음반을 만들었다. 김씨가 '띠동갑' '힘을 내라' 등 8곡을 작사·작곡·편곡한 뒤 함께 연주하고 노래 불러 담았다. 박하드, 최기타, 제이디, 김프로, 강베이 라는 예명(藝名)을 사용했다.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냈지만 모두 20년 넘게 음악현장에서 살아온 프로들이다. 박씨는 기타리스트로 30년간 여러 가수와 국내외 공연을 다녔고, 조씨는 방송악단을 거쳐 팝오케스트라에서 일한다. 최씨는 토크쇼 등에서 밴드로 있었고, 김씨는 드라마·다큐 배경음악을 만들어왔다. 강씨는 기획사 전속 연주자로 있다가 요즘은 관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들은 오랫동안 '남의 음악'을 했고, 그래서 생계를 위해 한눈팔 때도 많았다. 조씨는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다가 빚에 시달려 택배 기사가 됐다. 김씨는 막노동에 풀 뽑는 일도 했다. 최씨는 동네 문방구 주인이다. 그래서 '기타 치는 문방구 아저씨'로 알려져 있다.

작곡가 김씨는 작년 어느 가수를 위해 노래 '띠동갑'을 만들었다. 그런데 앨범 제작이 무산되자 20년 전 밤무대 연주 동료이던 조씨·최씨에게 연락했다. 그는 "남의 음악만 돕는 건 지루하고 외로워 우리가 직접 음반을 만들자고 했더니 흔쾌히들 받아들였다"며 "박씨와 강씨는 조씨가 끌어들였다"고 했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음악 한다고 말하면서 사실 좀 멋쩍었어요. 앨범을 낸다고 하니 아내가 '여태껏 힘들게 했으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더군요. 애들도 친구에게 자랑하고요. 행복합니다."

김씨만 빼고 넷은 결혼해 아이가 있는 '아저씨'들이다. 그래서 팀 이름도 '옆집 아저씨'로 했다. 아저씨처럼 친근한 음악으로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김씨는 "그동안은 어려운 음악만 했는데 일흔 넘은 어머니도 이해하실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쉬운 음악, 그러나 공들인 음악을 위해 멜로디는 쉽게, 편곡과 연주는 쉽지 않게 했다. 트로트풍 멜로디에 록 형식의 편곡과 창법을 이용한 '띠동갑'이 대표적이다. 명퇴 위기에 놓인 40대 중·후반을 위한 '힘을 내라' 같은 현실고발형 노래도 넣었다.

"결혼하면서, 또는 노동하다가 다치면서 음악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을 합쳐 시작하고 보니 늦은 건 없다는 희망을 갖게 돼요. 의욕과 격려만 있다면 언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