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3총사, 금·전·차(금융·전기전자·자동차)가 이어받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가고 '금·전·차(금융·전기전자·자동차)' 뜬다."

그동안 증시를 주도하던 화학, 정유 업종에 외국인의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과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자동차와 화학, 정유 업종에만 집중하던 외국인이 금융과 전기전자 업종을 대거 순매수하자 이들 업종이 새로운 주도주로 등극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소외업종 온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선 5월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외국인은 금융과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금융과 전기전자 업종을 각각 5678억원, 3273억원 순매수(매수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했다. 반면 화학 업종은 754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을 살펴보면 주도업종 변화 신호가 더 뚜렷하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에는 IT와 금융 종목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 삼성전자가 톱5에 들었고, 신한지주 우리금융, 삼성생명, KB금융가 20위 안에 들었다. 반면 OCI와 LG화학, 한화케미칼,한국타이어, SKC는 순매도 상위 목록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차·화·정의 급등에 피로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새로운 주도주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기존 주도업종만으로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는 데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삼성전자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KB금융 등에 투자하라고 추천했다.

◆금ㆍ전ㆍ차, 새 주도주로 기지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이는 금융주는 저가 매력이 부각됐다. 하나대투증권은 현재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보유자산에 비해 주가가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이 1.0배만 넘더라도 주가는 20%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주 주가를 끌어내렸던 악재도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금융주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황"이라며 "이달 배드뱅크(부실채권만을 매입해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금융기관) 설립이 예정돼 있어 PF 부실 등 금융주 주가를 끌어내리던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전자 업종도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국과 중국 소비 시장이 회복되면 IT업황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은 자동차 업종도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다. 그동안 운송장비 업종이 급등하며 주가가 싼 수준이 아니지만 최근 외국인은 운송장비 업종을 2223억원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자동차주가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당분간 주도주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과 원자재값이 관건

외국인이 매수하는 업종이 새로운 주도주로 자리 잡으려면 세계 경제가 우선 회복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시장의 경기선행지수를 눈여겨봐야한다. 송명섭 연구원은 선행지수가 전년동기대비 증가할 경우 전기전자 제품의 수요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세계 소비 시장의 회복이 IT 주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도 눈여겨봐야 할 요인이다. 송명섭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원자재 가격에 따라 소비·내구재를 매수, 매도하는 정석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회복과 원자재 가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