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ALK] 개봉도 안 한 영화가 웬 박스 오피스 7위?

영화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영화의 흥행 실적을 나타내는 박스오피스(Box Office) 순위에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들이 이름을 올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모비딕'(감독 박인제)은 개봉 전 이미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최근 집계·발표된 6월 첫 주말(3~5일)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5551명의 관객이 들어 7위를 차지한 것이다.

최근 박스오피스 집계를 훑어보니 이런 사례가 '모비딕' 하나만이 아니었다. 흥행 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써니'(감독 강형철) 역시 개봉은 지난달 4일이었지만 4월 마지막 주말(4월 29일~5월 1일)에 이미 5만2243명의 관객이 들면서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었다. 또 5월 5일이 개봉일이었던 일본 만화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도 써니에 이어 8위에 올랐다. 어떻게 이런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가 가능한 걸까.

그 해답을 찾으려면 개봉 전 진행되는 영화 시사회 현장을 들여봐야 한다. 영화계에서는 개봉 전 시사회를 유료 시사회와 무료 시사회로 크게 나누고, 유료 시사회만을 박스오피스 집계에 포함시킨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관객이 공짜로 영화를 봤다고 해서 무조건 무료시사회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관이나 보험사·카드사 등이 회원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시사회 이벤트를 벌이더라도, 이들 회사가 영화 관람료를 지불하면 유료 시사회로 분류돼 박스오피스 집계에 포함된다. '모비딕'의 경우 지난 주말 이런 시사회가 무려 29건이나 됐다.

특히 최근엔 영화사들이 전략적으로 카드사 등과의 제휴 시사회를 유치해, 입소문 마케팅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입소문이 나면 비용도 들이지 않고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의 최고 성공사례로 꼽는 게 2008년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맘마미아'다. 1970~80년대 스웨덴 록 그룹 아바(ABBA)의 노래로 이뤄진 이 뮤지컬 영화는 개봉 전부터 40대 이상 '올드 팬'을 타깃으로 한 각종 제휴 시사회를 공격적으로 열었다. 그 결과 40·50대 여성들 사이에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맘마미아'는 2008년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8일까지 437만 관객이 입장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써니'도 비슷한 경우다. 40대 이상(34%)과 여성(58%·이상 맥스무비 집계) 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영화 역시 개봉 전부터 적극적으로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개봉 전 유료관객만 6만명이 넘는다. 영화 제작·배급사인 CJ E&M의 관계자는 "40대 이상 여성 관객들이 동창회나 각종 모임 단위로 보러 오는 게 '써니'의 흥행 이유"라며 "입소문이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