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취업 도운 '탈북자들의 형사님'

서울 구로경찰서 보안계 안성운(57) 경위는 '탈북자 취업 전문가'다. 주 임무는 탈북자들을 범죄나 테러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가 탈북자들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에도 16년째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취업을 도운 탈북자가 100명이 넘는다.

그는 "1995년 노량진서 시절에 35세 탈북자를 제 친척 공장에 취업시킨 게 도우미 역할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4년 전 열세 살 탈북 소녀를 초등학교 과정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시킨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남들처럼 스무 살엔 대학 가고, 나중엔 학자가 되고 싶대요."

재작년에는 요리를 좋아하는 40대 후반 여인이 성북구 월세방에서 가정식집을 차릴 수 있게 도와줬다. 이 식당은 그녀의 든든한 자립 기반이 됐다.

올 초에는 "중국어와 영어를 공부해 여행가이드가 되고 싶다"던 20대 남성을 어학원에 보내면서 50% 할인혜택을 받아냈다. 2006년 간호학과에 입학해 현재 서울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20대 후반 박모씨는 얼마 전 안 경위에게 '형사님 덕에 안정된 직장을 얻었으니 이젠 믿을 만한 남자 하나 소개해달라'고 농담해오기도 했다. 안 경위는 그녀가 대학에 다닐 때 탈북자 지원단체에 알아봐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택배회사에 취업하자마자 접촉사고를 내곤 겁에 질려 안 경위에게 도망쳐온 탈북자를 다독여 돌려보낸 일도 있다. 그는 지금 결혼했고, 유통업체를 차릴 꿈에 부풀어 있다.

"탈북자들은 배급품에 익숙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겨도 쉽게 포기하곤 해요. 오랜 사회주의 경험 때문에 '일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개념도 부족하고요. 사회 적응에 치명적 약점이죠. 그래서 일을 통한 삶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게 중요해요. 이직률이 높으니 지속적 취업상담도 절실하죠."

안 경위는 그래서 몇 달 전 관악고용노동지청을 찾아가 "탈북자 담당 경찰과 취업상담 전문인력이 힘을 합치자"고 설득했다. 그 결과 전국 최초로 경찰서와 고용노동지청 간의 '탈북자 고용상담 및 취업지원 협약'을 이끌어냈다. 지난 8일 구로경찰서에서 협약식이 열렸다. 정년 퇴임을 3년 앞둔 안 경위가 이 자리에서 탈북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통일 국가의 초석입니다. 열심히 일해 대한민국의 당당한 일원이 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