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반환 두 주역] 박병선 박사 "의궤, 다시는 프랑스 안 가게 해야"

"의궤가 한국에 영원히 남도록, 다시는 프랑스에 가지 않도록 여러분 모두가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브리핑룸.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재불(在佛) 서지학자 박병선(83·사진) 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당부했다. 외규장각 도서 귀환 환영식에 맞춰 4박5일 일정으로 잠시 귀국한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일 것 같다"며 감격해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의무는 아직도 남아 있다"며 "'대여'라는 말을 없애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장기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요즘 병인양요 때 대장이 보낸 공문과 그때 보도된 모든 자료, 병사들이 귀국한 뒤 쓴 논문과 보도를 종합·연구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일제강점기 때 프랑스 주재 일본 영사관에서 본국에 보낸 공문 중 독립운동관련 자료를 찾아서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은 "(한국에서) 반환이 아닌 대여라는 걱정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의궤가 지금 여기, 서울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제 총장은 프랑스 지식인을 중심으로 '외규장각 도서반환 지지협회'를 결성해 의궤 귀환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