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大馬의 최후

〈제8보〉(159~184)=바둑에선 반 집을 이기나 90집을 이기나 똑같은 1승으로 친다. '골득실 차'를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 그러다 보니 미생마(未生馬)를 놓고 종종 묘한 장면이 벌어진다. 잡을 수 있는 말도 슬슬 공격하고, 곧 잡힐 듯 위태로워도 보강하지 않고 '큰 곳'을 차지하는 식이다. 공격자 입장에선 어느 순간 '내키지 않는 살생'이 불가피해지기도 한다. 쫓기던 자는 '장렬한 옥쇄(玉碎)'로 덧칠된다.

하중앙에서부터 시작해 북동쪽 방향으로 쫓겨온 흑 대마가 바로 그런 길을 밟아가고 있다. 백은 더 이상 이 거대한 미생마를 방생(放生)할 생각이 없다. 159부터 흑의 필사적 탈출작전이 시작됐지만 백의 저지선은 철통같다. 165로 찝어왔을 때가 마지막 고비. 참고도 1로 포위망을 치는 것은 6까지 절묘하게 산다. 7과 8은 맞보기. 166은 늦춰준 게 아니라 더욱 숨통을 조이는 일격이었던 셈이다.

169, 171로 2단 젖혀 175로 몰았을 때 176으로 되 단수쳐 이 싸움의 정답은 패(覇)로 결론났다. 대마의 덩치가 크면 자체 팻감이라도 많은 법이건만 지금은 그렇지도 못하다. 184 때 흑은 더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164…▲, 177 183…169, 180…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