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 [34] 돈 안 내고 라디오 듣는 '도청' 막기에 골머리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던 경성방송국은 그동안 기계 수리에 힘을 다하던 중 발전기의 고장도 복구되고 '말코늬' 전자형 '마이크로혼'도 시험한 결과 감응이 예민하야 2월 1일부터는 완전한 방송을 하게 되리라더라."

조선일보는 1927년 1월 24일자에서 '준비 왕성한 경성방송국' 상황을 전했다. 경성방송국은 1926년 2월 15일 자본금 20만원으로 발기인 총회를 갖고, 그해 9월부터 정규방송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연기를 거듭하다, 1927년 2월 16일자로 호출부호 'JODK'로 첫 전파를 발사했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 등에서 발사하는 전파를 수신해 라디오 방송을 들어오다, 드디어 조선에서도 자체 정규방송이 개시된 것이다.

경성방송국은 청취료를 받아 유지되는 구조였다. 라디오 청취 허가를 받은 사람들에게 월 2원(약 4만원)의 청취료가 부과됐다. 1926년 11월 현재 청취 허가자, 즉 라디오 수신기 보급 대수는 총 1238대였다(1926년 1월 16일자). 특히 조선인의 수신기 소유는 극히 드물어, 방송 개국 직후 275대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어와 조선어 혼합 방송이었는데, 조선어 방송은 30%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33년 4월 조선어 방송이 독립되면서 조선인의 라디오 소유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해 8월 현재 라디오 청취 허가자는 모두 2만5126명이었고, 이 중 조선인은 8개월 사이에 1746명(73%)이 증가한 4118명이었다(1933년 9월 10일자).

라디오 청취자가 늘면서 도청(盜聽)도 급증했다. 조선일보 1933년 5월 29일자는,"라듸오가 일상생활에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됨에 따라 불법청취자가 늘어가는 경향이 있어…용서없이 적발키로 하고…감시원을 집집마다 조사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적발되면 '무선전신법'에 따라 '일년 이하의 징역, 천원 이상의 벌금'에 처해졌다.

당시 라디오의 인기는 하늘을 찔러 악기점에서 틀어주는 라디오의 '짜쓰(재즈)'를 듣기 위해 인파가 몰리자, 경찰이 '교통방해'를 이유로 틀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1932년 2월 13일자). 또 택시와 버스에도 라디오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경찰은 "그러지 않아도 교통사고가 많은 이때, 더 많은 교통사고를 낼 염려가 있다"며 불허 방침을 밝혔다(1935년 9월 10일자). 돈 내는 소수만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규제한 것이다.

보급 초창기엔 국경 없이 넘어오는 공산주의자들의 '적화(赤化) 선전 방송'에 일제가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라디오 높이와 수화기 제한 / 공중 적화선전 대책 총독부 연구중'(19 27년 1월 21일자), '라디오 이용한 적화선전에 대응하야 전파 방해를 하든 것도 실패'(1927년 1월 27일자) 등의 기사가 그런 고민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