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렸다… 7월까지는 증시 어려워"

"지난달 말에 주식을 사야 한다고 전망했는데 잘못 본 것 같습니다. 7월까지는 시장이 어려울 것 같네요."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투자자문사 중 하나인 브레인의 박건영(44) 대표는 표정이 어두웠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간판 펀드매니저 출신인 그는 2009년 브레인을 설립한 뒤 한 번도 시장에서 져 본 적이 없었다. 압도적인 수익률로 자문형랩(자문사가 지정해준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 돌풍을 일으켰고, 국내 자문형랩 수탁고 중 절반인 4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1~4월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7.6%)을 18%포인트 앞지른 25.6%를 기록했다.

그런 그가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 판판이 깨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 5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8.5% 하락하는 동안 브레인의 수익률은 12% 급락했다. 브레인의 주요 투자 종목인 태양광 관련 업체 OCI가 40% 하락한 탓이다.

"중국 경기가 1월 바닥을 찍고 3개월 연속 가파르게 올라 시장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2차 양적완화(시중에 달러를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것) 종료라는 악재는 이미 지난달 시장에 다 반영됐다고 봤고요.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6월 초에 나올 미국 경제지표였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과 고용창출, 제조업지수가 두 달 연속 크게 악화된 것이다.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책임지는 미국 경제가 두 달째 침체되자 외국인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서울 증시 역시 수렁에 빠졌다.

그는 미국의 예상보다 심한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일본 대지진을 지목했다. 일본의 각종 부품 수출이 차질을 빚자 미국의 생산 가동률이 함께 떨어지면서 임시직 등 고용이 크게 줄었고, 도요타 등 일본 제품을 사려고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비도 감소했다. 한국 증시는 일본 대지진 이후 반사 이익 기대감으로 4월에 오름세를 탔지만, 5월부터는 미국 경제 부진이란 악재가 이를 덮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 생산 공정의 복구와 미국 경제 회복이 하반기 증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7월에는 일본 시스템이 안정을 찾고 미국의 생산과 소비도 개선될 겁니다. 이렇게 개선된 7월 지표가 8월에 공개되면 주식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일본의 생산 공정이 복구됐는데도 미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는 '더블딥'(double dip·경기 침체 후 잠깐 회복하다 또다시 찾아오는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외생적 악재(일본 생산차질)가 해소됐는데도 미국의 생산과 소비가 부진하다면 정말 비관적입니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는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데 맞춰 자신이 운용하는 자문형랩의 주식 비중을 95%에서 75~80%로 줄이고, 현금 보유를 늘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업종)' 중심의 주도주 투자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차화정은 전 세계 GDP 성장을 주도하는 업종입니다. 크게 오른 만큼 조정을 받긴 했지만, 기업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7월에 나오는 2분기 실적 발표 때 재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