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담뱃갑에 금연상담 전화번호를"

슈홍 주(Zhu)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연상담전화 운영책임자와 가왈딥 세미(Sehmi) EU 금연상담전화네트워크 총괄디렉터가 한국에 왔다. 지난 7~10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아·태 금연상담전화 워크숍'에 참여했다. 주 교수는 UC샌디에이고 의대 교수로, 금연상담전화 프로그램의 표준모델을 제시한 인물이다. 올해가 4회째로, 한국·미국·일본·대만 등 아·태지역 10개국 전문가가 참여해 효과적 금연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연상담전화(큇라인·Quitline)'는 전화로 담배를 끊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미국·유럽은 1980년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서비스(1544-9030)에 나섰다. 주 교수는 "흡연자들, 특히 여성과 청소년은 마주 앉아 상담받길 부끄러워한다"며 "보다 쉽고 편하게 상담하고 실천하도록 전화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전체 흡연율은 20％인데 캘리포니아주는 13％로 낮다. '흡연자를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의 결과'라고 주 교수는 말한다.

"캘리포니아에선 담배를 피우면 사람들이 쳐다봐요. 흡연자가 적어 특이하게 보이는 거죠. 그러다 보니 흡연자가 점점 더 줄어요. 담배 필 공간도 줄고, 담뱃세는 많아지는 것도 이유고요."

유럽은 국가별 흡연율이 천차만별이다. 북유럽·서유럽은 17~22％인 반면 남유럽·동유럽은 23~30％다. 60％에 이르는 나라도 있다. 세미 디렉터는 "유럽 국가들은 흡연이 심장마비나 폐암 같은 병을 유발하고 정신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에 흡연율을 낮춰 복지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려 노력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게 중요해요. 우리는 첫 통화 때 담배를 얼마나 많이, 오래 피웠는지 물어봐요. 과거 끊었던 적이 있다면 '이번엔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죠. 그리고 날짜를 정해 '그날까지만 피우지 말라'고 해요. 그날이 오면 다시 전화해서 격려하길 반복하면 끊게 됩니다."

실제로 전화 이용자가 담배를 끊은 비율이 비이용자에 비해 2배나 높다고 한다. 또 가족과 주변에 대한 책임감이 강할수록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세미 디렉터는 "아내가 임신했거나 주변 인물이 암 같은 병에 걸린 사람에게 특히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도 담뱃갑에 금연상담 전화번호를 인쇄해 안내하는 등 좀 더 적극적 정책을 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