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女風… 의미 크죠"

"사법부에 여성 판사가 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큽니다."

1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The Conference of Chief Justices of Asia and the Pacific)'에 참석한 시안 엘리아스(Sian Ellias·62) 뉴질랜드 대법원장. 그는 이번에 참석한 대법원장 27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13일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통계로 볼 때 아태지역 전반에서 아직도 여성이 가정폭력, 임금, 취업 등에서 여전히 열악한 상황인 나라가 많다"며 "여성 판사의 증가는 여성 지위 향상뿐 아니라 판결에 다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뉴질랜드에서 대법원이 창설되기 전인 1999년 최고법원 격인 항소법원장에 취임했고, 2004년 대법원이 만들어진 뒤 초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8년째 뉴질랜드 사법부 수장을 맡고 있다. 1999년 서울에서 열린 회의 때는 뉴질랜드 고법 판사로 왔지만 이번에 대법원장으로 다시 왔다.

그는 "어느 나라든 판결에 외부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헌법상 사법부와 입법·행정부는 완전 분리돼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행정부가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엘리아스 원장은 '법원 판결을 뉴질랜드 국민이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2004년 대법원이 생긴 이래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면 누구나 불만을 토로하기 마련이지만, 뉴질랜드에서 판사 결정이 의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법원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