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윤준상 流

〈총보〉(1~184)=첫 라운드는 초반 외세를 구축한 백의 우세. 두 번째 라운드 격인 상변 전투에선 백의 처리가 다소 헤퍼 흑이 실리 면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우하귀로 옮겨간 3라운드에서 제자리걸음으로 우세를 다 까먹은 흑은 이후 철저한 '현찰 챙기기'로 대항했다. 백은 기어이 칼을 뽑았고, 허약해진 중앙 흑 대마가 비명에 가는 과정이 마지막 4라운드였다.

세상사 무슨 일이든 균형을 잃으면 성공할 수 없는 법. 류싱의 지나친 실리 편식(偏食)은 결국 코끼리 같은 대마를 제단에 바치는 것으로 끝났다. 흑은 85의 시점에서라도 참고도처럼 중앙 흑 대마를 보강했어야 했다. 두터움의 위력, 엷음의 곤궁함을 동시에 절감시켜 준 한판이었다.

윤준상에게 이런 유의 바둑은 '전공 과목'으로 통한다. 두텁게 말뚝을 박아놓고 기다리다 기회가 왔을 때 몰아치는 전법이 그의 능기(能技)다. 이번 본선은 세계 정상권 진입을 노리는 그에게 특히 매우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과거 네 번 LG배 본선을 밟았지만 2003년 7회 때 단 한 차례만 첫 관문을 통과했던 윤준상의 분발이 기대된다. (164…135, 177 183…169, 180…172, 184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46분, 흑 2시간 5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