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이모저모] "최고 스타 대결" 취재 전쟁… 유일한 '동족戰' 박영훈, 이세돌에 승

○…"출발이 좋다." 3년 연속 중국에 우승을 내주었던 한국이 대거 9명을 2회전에 올림으로써 4년 만의 정상 탈환 가능성을 밝혔다. 32강전으로 변경된 2005년 제10회 대회 이후 한국기사 9명의 16강 진출은 최다타이 기록이다. 13회 때 9명이 2회전 고지를 밟았을 뿐 다른 해엔 5~7명만이 첫 관문을 통과했었다.

지난해 한국은 출전자 11명 중 5명, 중국은 16명 중 11명이 2회전에 올랐고 이런 초반 차이는 결국 중국이 4강을 독점하는 일방 레이스로 이어졌었다. '마이너 그룹'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대만도 각 1명씩의 '생존자'를 내고 2회전에 합류해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1회전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호화로운 카드가 줄줄이 쏟아진 대회로 기록될 전망. 30대의 한 애기가는 "16판 모두가 세계 최정상급 스타 대결이어서 하루 종일 돌려가며 보느라고 엄청 바빴다"며 즐거워했다. 바둑TV 관계자는 "5월 초 방영돼 올해 생방송 최상위권에 올랐던 LG배 통합예선 이상의 시청률이 기록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첫 라운드임에도 국내 모든 바둑인터넷이 취재에 열중했고 중국서도 보도진이 내한했다.

○…이날 유일한 '동족 대결'이었던 이세돌·박영훈 전이 박영훈의 승리로 끝나자 한 관계자는 '말이 씨가 됐다'고 한마디. 전날 추첨식 때 박영훈은 하필 혼자 한국기사와의 대결을 뽑고 그 주인공이 최강자 이세돌로 결정된 데 대해 "17 대 1의 어려운 확률을 뚫은 것은 좋은 징조로 해석하고 싶다"고 한 반면, 이세돌은 겸양의 뜻으로 "내가 첫판서 져야 한국이 우승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이세돌은 최근 3년 연속 LG배 1회전 탈락이란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14회 때 쿵제(孔杰), 15회 때 구리(古力)에 패한 데 이어 올해는 박영훈에게 일격을 맞고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역시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구리와 쿵제도 이날 나란히 탈락, 첫 판부터 파란이 속출한 셈.

○…출전기사 32명 중 유일한 'LG배 개근생'인 이창호는 중국 간판스타 구리를 따돌려 관록을 과시했다. 바둑 내용도 여유있게 밀어붙인 완승이었다는 평. 둘 간의 전적은 이창호의 9승 5패로 벌어졌다. 이창호는 LG배서 통산 4회에 걸쳐 우승, 가장 많이 정상에 올랐고 이세돌과 구리가 각각 2회로 동률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날 나온 반 집 승부는 3판으로, 모두 한국기사가 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웅규 조한승이 분패한 데 이어 가장 마지막에 끝난 대국서 강동윤이 중국 추쥔에게 반 집을 진 것. 한국 측 관계자들은 "전체적으로 잘 싸웠지만 운은 안 따랐던 셈"이라며 아쉬워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