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살림이 귀찮나요? 살림은 위대해요"

"가정을 돌보는 일의 가치는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아요. 저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를 하지만 아침마다 닭이 낳은 달걀을 손수 걷어옵니다. 정원에 심은 양파와 시금치도 직접 가꾸죠."

귀찮은 일일 뿐이었던 '살림'에서 창출해낸 가치로 최고의 기업가가 된 여성.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Stewart·70·미국)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스튜어트는 단순한 살림 노하우를 넘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전하며 주부들의 우상이 된 인물이다. 주부의 가치, 살림의 가치를 상업적으로 승화시켜 성공한 대표적 사업가이기도 하다.

현대카드 주최 세미나 '슈퍼토크' 참석을 위해 방한한 스튜어트는 14일 세미나에 앞서 열린 인터뷰에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있지만 사이버 세계의 삶을 몸으로 경험하고 느낄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얼굴을 맞대고 꾸리는 '실제의 삶(real life)'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트는 196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수년간 주식브로커로 일하다 1972년 그만두고 코네티컷주로 이사해 시골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엄마가 되기 위해 뉴욕을 떠났다. 딸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했다"고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직장 생활과 가사·육아를 모두 잘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삶을 조절할 필요를 느꼈다"고도 했다. 당시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5년여를 전업주부로 살다 케이터링(주문 음식) 일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골집 주방을 개조해 파이를 구워 파는 수준"이었다.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신문에 보도됐고 주문이 이어져 직업적으로 해볼 생각까지 하게 됐다. 결혼식 케이터링처럼 많은 음식을 할 땐 힘들었지만 워낙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낯선 분야도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케이터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1982년 레서피와 테이블 세팅법 등을 모아 '엔터테이닝'이라는 첫 책을 냈다. 1990년에는 살림의 지혜를 담은 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을 처음 출간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아이디어를 전하는 데서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첫 책이 나왔을 때 마흔이 넘었고, 잡지를 내기 시작했을 땐 거의 쉰 살이었다. 올해 말에는 76번째 책이 나온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안다면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늦게 꽃을 피우는 것이 전혀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스튜어트는 1997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LO)'를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사업가'로 변신한다. 요리, 정원 가꾸기, 인테리어, 웨딩, 애완동물에 이르기까지 가사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TV, 라디오, 인터넷, 잡지 등으로 제공하는 일이다. 전 세계에 독자와 시청자가 3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문화가 저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 두루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이었던 살림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노력에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사 스튜어트' 브랜드로 그릇, 가구, 인테리어용품 같은 품질 좋은 가정용품을 팔기도 한다. 홈 디포(Home Depot) 등 대형 매장부터 고급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고객들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누구든 적절한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작년 한 해 거둔 순수익만 2억3000만달러(약 2400억원)였다.

스튜어트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으로 '열정'을 꼽았다. "다른 사람에게 새 요리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열정이 주방에서 시작한 케이터링을 '마사 스튜어트'라는 글로벌 브랜드로까지 키웠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상상력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종이로 보던 잡지를 앞으로는 디지털 장비로 읽게 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대비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샤부샤부와 두부조림, 육개장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는 그는 "붉은빛이 강하게 도는 한식의 색감이 강렬했다"며 "테이블에 불을 올려 끓이면서 먹는 샤부샤부와 1인분의 그릇이 각각 앞에 놓이는 상차림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가 회사 직원들에게 항상 중요하게 강조하는 가치가 '직장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라고 했다. "주부 직원이 전체 사원의 70%에 달한다. 이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해주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방식과 현대적 방식의 조화가 필요할 뿐 굿 리빙의 가치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마사 스튜어트는 연 수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CEO이기 앞서 여전히 어머니이자 할머니였고 주부였다.

☞마사 스튜어트는 누구?
감옥에서도 '살림'을 외친 그녀… 동료 죄수들에 꽃꽂이 가르쳐

살림이라는 주부들의 일상을 비즈니스로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로 전 세계 주부들의 살림 롤모델로 통한다. 그녀의 한마디에 세계 리빙 트렌드가 바뀔 정도다. 1941년 미국 뉴저지주 너틀리의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77년 시작한 케이터링 사업이 '대박'을 치면서 일약 스타 리빙 전문가로 떠오른다. 막강한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음식·인테리어용품 등 살림과 관련된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내리막길도 있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 거래 혐의로 2004년 말부터 5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한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짧았지만 옆집 아주머니처럼 친근한 이미지의 그를 사랑했던 고객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하지만 이 일이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출소 이후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수감 중에도 장기를 살려 동료 재소자들에게 꽃꽂이와 요가 등을 가르쳤던 일화는 유명하다.

타임지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포천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등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