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US오픈 코스… '수류탄 투척장(2차 대전 당시)' 벙커서 누가 살아남을까

세계 골퍼들의 '꿈의 무대' US오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6일 밤(한국시각)이면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총상금 750만달러·한화 81억원상당)의 막이 오른다. 출전 선수 156명 중 한국계 선수는 11명. 역대 가장 많은 한국계 선수가 US오픈에 출사표를 던졌다.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코스와의 전쟁'

깊고 억센 러프, 좁은 페어웨이, 빠르고 딱딱한 그린. 올해로 111회째를 맞는 US오픈은 '어려운 코스'라는 전통을 자랑한다. 마스터스가 '유리알 그린과의 싸움'이고 브리시티오픈이 '자연과의 경쟁'이라면 US오픈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살아남기'다.

US오픈에서 2005년 이후 언더파 점수로 우승한 선수는 2008년 타이거 우즈(1언더파)와 2009년 루카스 글로버(4언더파)뿐이다. 최근 10년간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06년과 2007년 우승 기록은 모두 5오버파였다.

US오픈은 마스터스와 달리 골프장을 옮겨다니며 열린다. US오픈이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것은 1964년과 1997년에 이어 세 번째다. 1997년 대회 당시 코스 길이는 7213야드(파70)였고 남아공의 어니 엘스가 4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었다. 14년 만에 같은 장소로 돌아왔지만 이번 대회 코스는 7574야드(파71)로 361야드 더 길어졌다. 이 골프장은 2차대전 당시 미국정보국의 첩보원 양성소로 쓰여 드라이빙 레인지가 권총 사격장, 벙커가 수류탄 투척장, 울창한 숲이 야간침투 훈련 장소로 활용됐다고 한다.

올해 대회의 코스 길이는 US오픈 사상 두 번째, 4대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 세 번째로 길다. 전체 홀 중 가장 긴 9번홀(파5·636야드)도 문제지만 파4홀 중 가장 긴 18번홀(523야드)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좁은 페어웨이는 길이 10㎝가 넘는 억센 러프가 지뢰밭처럼 감싸고 있다.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US오픈은 아시아 선수들이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아시아 선수의 역대 최고 성적은 준우승 두 차례가 전부다.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10위 안에 든 적이 있는 최경주(41)도 US오픈에서만은 최고 성적이 공동 15위(2005년)다.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대회(PGA챔피언십) 우승자인 양용은(39)은 US오픈에서는 두 번 출전해서 모두 컷 탈락했다.

◆4년 전 우승 코스로 돌아온 최경주

이번 대회에 도전하는 '코리안 브라더스'는 최경주와 양용은을 비롯해 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나상욱(28)과 앤서니 김(26),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으로 출전권을 따낸 김경태(25), 지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배상문(25), 김대현(23), 강성훈(24), 노승열(20), 김도훈(22), 지난해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재미교포 데이비드 정(21·한국이름 정유진) 등 11명이다.

US오픈에 11번째 도전하는 최경주는 지난달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2007년 이곳에서 열린 AT&T 내셔널 대회에서 우승(9언더파)했기 때문에 코스에도 익숙하다.

대회장에서 18홀 연습 라운드를 마친 최경주는 "이곳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 다른 선수들보다 자신이 있지만 4년 전과 비교해 코스가 길어져 공략법을 달리해야 한다"며 "4·5번 아이언을 사용해 공을 높이 띄워 치는 롱 아이언샷으로 딱딱한 그린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우즈의 빈자리는 누가 채우나

올해 US오픈 특징 중 하나는 '호랑이 없는' 대회라는 점이다.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타이거 우즈가 빠졌다. 세 차례나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우즈가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랭킹 1~3위 선수가 한 조에 편성된 것도 이번 대회 볼거리다. 1위 루크 도널드, 2위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 3위 마르틴 카이머(독일)가 동반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 세계 랭킹 16위 최경주는 6위 매트 쿠차(미국), 10위 폴 케이시(잉글랜드)와 한 조로 1번홀을 출발한다. SBS골프채널이 16일 밤 11시부터 1라운드를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