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神經戰

〈제1보〉(1~25)='꽃미남 마초'. 연전 어느 바둑 인터넷은 김지석에 대해 이런 제목을 달았다. 그는 사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미남 탤런트보다도 귀엽고 잘생겼다. 22세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동안(童顔)은 천진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거칠고 우람한 쪽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인상이다. 그런데 왜 마초(macho)로 칭했을까. 바둑 스타일 때문인지 모른다. 검증에 들어가자.

4까지, 흑백 공히 화점과 소목으로 주춧돌을 놓았다. 소목의 방향만 다를 뿐이다. 5에 걸치면서 바둑의 골간(骨幹)이 갖춰져 간다. 초반의 한 칸, 한 줄 차이가 전혀 다른 흐름의 발원지가 된다. 이른바 '나비효과' 이론이 바둑만큼 딱 어울리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아무튼 11까지는 최근의 유행 포진이다. 백이 망설임 없이 12에 붙이면서 20까지 순식간에 진행됐다.

12로는 참고도 1도 있다. 8까지도 정석. 단, 우상귀 축(逐)이 백이 유리할 경우 5로는 6에 두어 반발할 것이다. 24까지도 피차 다가올 전투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는 상식적인 수순들. 집을 챙길 듯하다가 외곽을 보강하고, 외세를 취하는 듯하더니 실리에 신경 쓰는 신경전이 초반부터 전개되고 있다. 흑25가 적의 성문 앞에 바짝 다가가 망루를 향해 "한판 붙자"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