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 외손자 "난 은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3년차 프로골퍼 샘 손더스(24)가 첫 US오픈 출전을 이틀 앞두고 대회장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사인을 받기 위해 커다란 종이와 펜을 들고 찾아왔다. "샘! 샘!" 그는 반갑게 손더스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어디 있나요? 아놀드 파머가 여기 왔냐고요!"

손더스는 팬들이 자신은 제쳐두고 할아버지만 찾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손더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7번 우승(1960년 US오픈 우승 포함)한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82)의 외손자 7명 중 하나다. 16일 처음 US오픈 무대를 밟게 된 손더스는 "할아버지의 이름만 아는 사람들에게 이번 기회에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열한 살 때까지 농구를 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골프채를 잡은 손더스는 손이 할아버지처럼 크다. '아놀드 파머의 손자'라는 이유로 스폰서 초청선수 자격을 얻어 PGA투어에 여러 번 출전했다. 그때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골퍼(좋은 팔자를 타고 났다는 뜻의 영어표현)"라는 자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손더스는 이번 대회만큼은 지역 예선을 거쳐 자력으로 진출했다. 그는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내게 모든 것을 줬다고 말하지만 골프 실력은 물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내 인생 전체를 걸고 노력한 끝에 내 힘으로 출전 티켓을 따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중 한 사람인 파머는 손자에게 어떤 골프 레슨을 해줄까. 손더스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그립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잡아야 돼. 바꾸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 외 기술적인 부분은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머는 "할아버지로서 내가 해주고 싶은 유일한 조언은 '좋은 아가씨를 찾아 빨리 결혼하라'는 것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