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TALK] 똑소리나게 자기주장해 그의 지배본능 맞서라

(새내기 직장인 A) 아! 내 메신저 다 막아버리겠다고 협박하신다. ㅠ(슬픈 표정의 의미)

(새내기 직장인 B) 헉. 걸렸어?

(A) 아니. 나 여태 일하다가 잠깐 메시지 하나 보내는데 딱 보고는 잔소리. ㄷㄷ(덜덜의 네티즌 은어)

(새내기 직장인 C) ㅎㄷㄷ(후덜덜의 네티즌 은어). 힘겹다.

(A) 내가 억울해서는 아니 잠깐 하나 보낸 거라고 했는데 뭐라는 줄 아냐? 이젠 말대꾸까지 하네.

(C) 으아 완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 휴

(B) 뭐 말만 하면 다 말대꾸란다. 아니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신입이면 말할 권리도 없는 거냐?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상사 말이 틀렸어도 맞다고 해줘야 하는 거냐. 특히 말도 안 되는 거 가지고 뭐라 할 때. 으아 이런 게 사회냐. 난 군대에 안 다녀온 여자로서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어. ㅠ

(C) 군대 경험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ㅋ(큭의 네티즌 은어). 좀 말 되는 거 갖고 뭐라 하면 그나마 수긍하겠는데 너무 갈굼(괴롭힘)을 위한 갈굼을 할 땐 진짜 욕 나온다.

(새내기 직장인 D) 난 오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냥 선의로 한 얘긴데 자기 혼자 비뚤게 받아들이고는 엄청나게 뭐라 한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A) 근데. 너무 요구하는 게 많다.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시켜야지. 한 번 선배도 해보라 그래. 그렇게 할 수 있나. 암튼 무조건 자기보다 아래라고 아주 막 굴린다 .

(D) 근데 더 웃긴 건 뭔 줄 아냐? 그러고선 자기는 딱히 별로 할 일도 안 한다는 거다. ㅋ. 진짜 얄미워 죽겠다. 힘든 건 다 시키고. 못한다고 갈구고. 자기는 논다. ㅋ

(새내기 직장인 E) 그게 다 선배 재미 아니겠냐. 우리도 후배 들어오면 그럴지도 몰라. 꼭 그런 선배들 있다. 그리고 찌질한 선배들일수록 더 그러는 경우가 있지. 꼭 후배 들어오면 못 갈궈 안달나서. ㅋㅋ(크크의 네티즌 은어)

A사의 입사 1년차 동기인 새내기 직장인들의 생생한 메신저 채팅 내용이다. 직장인들 채팅의 단골 메뉴는 역시 '나쁜 보스(상사)' 성토하기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직장인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의 직장인이 직장에서 복수를 꿈꿔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복수의 대상은 상사가 80.9%로 가장 높았다. '나쁜 보스'라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복수를 꿈꿀 이유가 없다. '언제 가장 복수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무시하는 행동이나 말을 할 때'가 20.1%로 가장 많았고, '독재자처럼 군림하려고 할 때'가 19.2%로 그 뒤를 이었다. '지시사항을 무조건 강요할 때(12.5%)' '성과를 자신의 공인 양 떠들어 댈 때(12.1%)'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할 때(10.2%)' '윗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 때(9.4%)'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나쁜 상사를 성토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은 없을까?

◆나쁜 보스의 '밥'이 되지 마라

우선 나쁜 보스의 희생양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 H카드사 교육팀에서 최우수 사원상까지 받았던 김모 대리는 보스가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변했다. 새로 온 팀장은 '교육은 비용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팀장은 교육 예산 40% 절감, 교육팀 인원을 15명에서 10명으로 감축, 교육과정 축소 등을 김 대리에게 지시했다. 사원 교육에 열정이 있었던 김 대리는 홧김에 다른 회사로 전직했다. 그렇지만 팀장이 '환경에 적응 못하는 사람'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옮긴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됐다. 김 대리는 일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환경 변화에 순진하게 대응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나쁜 보스는 남을 지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게다가 조직에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보스의 위치까지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주장은 하되, 주변을 잘 살펴 희생양이 되는 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보스에게 자기주장을 펼칠 능력이 없다면, 친화력이라도 발휘해 보스의 보스나 후배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옳은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돼라

많은 직장인이 나쁜 보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직을 고민한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는 것은 가장 하수(下手)의 방법이다. 나쁜 보스는 어느 조직에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보스, 나쁜 보스'란 책을 쓴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는 "현대의 일터는 '악질 상사'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했다. 외국 회사라고 다를 바 없다.

D그룹 경영기획실에서 잘나가던 강모 차장은 자신을 질투하는 속 좁은 실장 때문에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계 회사로 전직했다. 그렇지만 그도 표정이 밝지 않다. "처음의 인도인 보스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영어를 해대고는 자기가 지시한 대로 안 한다고 뒤통수를 치더니, 새로 온 미국인 보스는 내 영어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하면서 영어 공부 다시 하라고 괴롭히더라."

결국 나쁜 보스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돼서 보스의 위치에 오르는 게 '나쁜 보스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바보들과 일하는 법'의 저자 존 후버는 "상종하기 어려운 상사와 잘 지내는 걸 보여주는 것도 조직에서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