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못만 있으면 '뚝딱'… 수납상자부터 시작해볼까

일하느라 지친 몸을 누이고, 앉아서 밥을 먹고, 공부를 하는 침대며 식탁이며 의자며 사람의 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래서 각종 유해물질이 함유된 제품보다는 건강한 친환경 원목 가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가구를 사용하다 보면 한두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책장의 어느 부분은 길이다 짧았으면 좋겠고, 선반 한두 개 더 놓았더라면 공간활용이 됐을 거란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소소한 불만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내가 쓸 가구는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한번 '목공(木工)'이 돼 보자.

가구를 만들려는 초보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서울 마포구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가구 디자이너 우상연씨에게 물어봤다. 우씨는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가 나무 본연의 멋과 맛을 살린 가구를 만들기 위해 목공의 길로 뛰어들었다.


Q: 혼자서 시작해도 되나

A: 취미로 가볍게 시작하려면 책을 통해 공부하거나 집 근처 가구 공방을 방문해 전동 드릴과 나사못을 이용해 간단한 가구를 만들어보고, 자기만의 디자인으로 완성도 높은 가구를 만들고 싶다면 목공 아카데미를 추천한다. 정 자신이 없다면 '손잡이닷컴(www.sonjabee.com)'과 '만들고(www.mandulgo.kr)' 같은 DIY사이트의 일일 목공 강좌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한두 번 경험하다 보면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날수도 있고, 또 그간 몰랐던 자신의 목공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초보가 무턱대고 고급 기술인 짜맞춤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말자. 수납상자나 단순한 선반부터 만든 다음 나중에 더 어렵고 복잡한 가구에 차근차근 도전한다면 목공도 어렵지 않다.

Q: 가구는 집에서 만들어도 되나.

A: 좁은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실제로 집에서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공방'이라고 해서 베란다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자택옥상이나 마당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구를 만들다 보면 소음이나 먼지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왕 목공을 제대로 배울 거라면 공방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공방장과 정보교환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과 어울려 좀 더 근사한 가구가 탄생할 수가 있다.

Q: 공구는 무엇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가.

A: 목공을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공구는 톱과 전동 드릴, 나무망치 정도다. 전동 드릴은 선반을 달거나 문짝의 경첩이 헐거워졌을 때, 싱크대 문에 달려 있는 숨은 경첩을 고정할 때 등 가구 제작 외에도 가구에 달린 하드웨어를 고치거나 나사못으로 고정된 물건들은 수리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수납상자나 선반 등은 드릴과 나사못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남자들이 장비 욕심을 많이 내는데 비싼 공구들을 모두 구입하려면 지출이 만만치 않다. 고가의 장비는 반드시 그 값어치를 하지만 숙련도가 필요하다. 처음 배우는 경우에는 저가의 공구부터 사용해 손에 익혀야 한다. 충분히 연습하고 난 다음 장비를 하나씩 업그레이드하는 뿌듯함을 느끼는 게 낫다.


Q: 목재는 어떻게 구입해야 할까.

A: 가구의 쓰임새에 따라 목재가 달라지지만, 목공초보자는 오크, 밤나무, 흑단 등과 같은 하드우드(단단한 나무)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대패 기계가 없을 때는 제재(製材)만 된 상태의 나무들을 가공하기 쉽지 않고, 목재소에서 낱개 판매를 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레드파인이나 가문비나무 같은 소프트우드(무른 나무)를 구입하는 게 좋다. 목재는 한 판(1220×2440㎜) 단위로 사는 게 저렴하지만, 초보자들은 나무를 자르는 것이 쉽지 않으니 재단된 목재를 사는 게 좋다. 나무 재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사이트로는 '철천지(www.77g.com)' '툴크래프트(www.toolcraft.co.kr)' 'THE DIY(www.thediy.co.kr)'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