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김치본드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주나요?

정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외화채권(소위 김치본드)을 발행해서 달러를 확보한 후에 원화로 교환해서 국내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방침이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국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외화대출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외화채권 발행이 우회 원화 대출로 활용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기업들은 경영활동을 하면서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원자재를 구입하거나 시설에 투자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은 주식을 발행해서 자본금을 늘립니다. 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빚을 지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이 중에서 채권은 만기가 돌아올 때 상환금과 이자의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일종의 차입증서입니다. 발행하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국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국내기업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고, 반대로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와서 채권을 발행하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외화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고, 외국기업들이 원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도 자주 있습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김치본드'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채권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치본드 발행이 늘어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김치본드가 무엇이기에 그 발행이 늘면 외채가 늘고 외환시장에 불안이 생기는 것일까요? 오늘은 김치본드란 무엇이고 왜 발행되며, 외환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치본드는 무엇이고 왜 발행되나요

김치본드는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김치와 채권의 영어 표현인 본드(bond)를 합하여 만든 용어입니다.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인 '역내(域內)외화공모사채'를 의미합니다. 즉, 외국인이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달러화 등 외국화폐 단위로 표시한 채권을 발행해 외화를 조달하는 것입니다.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원화표시로 채권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데 반해, 김치본드는 외화로 표시되어 발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외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국내에 외화가 풍부할 때 해외기업들이 그 외화를 빌려 쓰기 위해서입니다. 2006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한 것이 김치본드의 첫 사례입니다. 이후 외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해외에서 외화를 조달하기 어려울 때 국내에서 김치본드를 발행하여 외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원화 자금을 보다 싼값으로 조달할 목적으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형태의 채권도 김치본드로 통칭해서 부릅니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여 외화를 조달한 후, 이를 시장에서 원화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금리를 크게 낮추면서 외화표시 채권금리가 원화표시 채권금리보다 크게 낮은 현상과 맞물려 있습니다. 원화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원화로 직접 차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외화로 빌려서 이를 원화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외화표시채권 이자율에다 환율 변동에 따른 비용을 합한 비용입니다.

만일 이 두 가지를 합한 비용이 원화로 직접 차입할 때의 이자율보다 낮다면 기업들은 김치본드를 발행해서 원화로 환전하는 거래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채권은 외국기업이 아닌 국내기업이 발행한다는 점, 그리고 외화영업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김치본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김치본드와 유사한 별칭을 갖는 해외사례는 있나요

통상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자국에서 자국통화로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영업활동이 세계화, 국제화되면서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통화로 발행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국제채(international bond)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국제채의 경우, 발행국가의 현지 통화로 발행되는 외국채(foreign bond)와 발행하는 국가의 통화가 아닌 제3국의 통화로 발행되는 유로본드(Eurobond)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유로본드의 대표적인 예로서 유럽지역에서 미국 달러화로 발행되는 유로달러본드를 들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엔화가 아닌 외화표시로 발행되어 거래되는 채권을 쇼군본드라고 부릅니다. 홍콩에도 홍콩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발행되는 딤섬본드가 있습니다. 김치본드는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유로본드에 해당합니다.

외국채의 예로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아리랑본드와 외국인이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사무라이본드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미국의 양키본드, 영국의 불독본드, 호주의 캥거루본드 등도 모두 외국채의 사례들입니다. 외국채는 발행자의 국적이 외국인이라는 점만 다를 뿐, 발행되는 국가의 통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내 채권과 같이 그 나라의 통화로 거래됩니다.

김치본드가 발행되면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화 유동성이 풍부하거나, 또는 김치본드의 발행이 미미하다면 김치본드가 발행되더라도 외채 증가나 환율 변동과 같이 최근 우려하는 문제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국내에 있는 외화가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김치본드 발행규모가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하거나 또는 국내 외화유동성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김치본드가 많이 발행되면 외환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예를 보면 국내거주 기업이 김치본드를 발행하면 통상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이나 국내은행들이 이를 인수합니다. 김치본드가 외화표시채권이기 때문에 이를 인수하려면 외화 자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금융회사가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해외 금융기관에서 외화를 빌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으로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외채도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환율은 하락)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4월 말 국내 기업이 김치본드를 발행해서 이를 원화로 환전하는 거래를 규제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 규제가 발표된 이후 지난 5월에는 김치본드의 발행이 4월에 비해 70%가량이나 급감하였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유로 본드

유로본드(Eurobond)는 유럽 지역에서 발행되던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채권이 발행되는 장소인 유럽에서 유럽의 통화가 아닌 미국 통화표시로 발행되는 채권인 것입니다. 1960년대 초 미국 밖에서 영업활동을 하던 기업들과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세제와 금융 관련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유럽에서 유통되고 있던 달러를 조달할 목적으로 유로본드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채권이 발행되는 지역의 통화와 다른 통화로 발행되는 모든 종류의 채권을 유로본드라고 부릅니다.

◆퀴즈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을 ○○○○라고 부릅니다. ○○○○는 국내에서 거래되지만 상환금과 이자를 외국 화폐단위로 표시하기 때문에 외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응모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6월 22일(수) 오후 5시 마감, 6월 24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블랙스완〉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부광 김원영 김유근 김재율 김효영 남경숙 박원형 백다혜 서영두 성준모 여낙상 오갑인 유정규 이영희 이태화 이홍진 임순빈 임준택 장기성 정재훈 최양희 현요환 홍성경 홍윤기 황숙향)

금융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05-6254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