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디어를 펼쳐라 '접기의 예술'

질문 하나. 인간이 평면을 입체로 만들기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정답은 '접기'다. 2차원의 평면을 3차원의 입체로 바꾸는 접기는 별다른 가공 없이 뚝딱 사물의 쓰임새를 바꿀 수 있어 우리의 일상에서 오랫동안 쓰여 온 디자인 방식이다. 접기는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기도 하다. 입체인 사물을 접어 평면으로 만들면 휴대가 수월하기 때문. 여행과 이주가 잦은 현대판 노마드(Nomad·유목민)족에겐 필수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의 근간이자 오랜 우리의 생활 습관이기도 한 접기를 보여주는 디자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관훈동 KCDF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는 '간소하게 사는 기술, 폴딩전(展)'이다. 전시에선 폴딩(folding·접기)을 적용한 한국과 네덜란드의 디자인 작품 60여점이 전시된다.

조명, 슬리퍼, 가방 등 일상 소품이 접기와 펴기를 통해 전혀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리처드 후튼(Hutten)의 조명은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접어서 설치할 수 있는 조립식 조명. 사용하지 않을 땐 완전히 펼쳐 보관할 수 있다. 페리 미비스(Meewisse)가 디자인한 '3 나이트 콜랩스 백(3 night collapse bag)'은 납작한 팩 형태로 접을 수 있게 이음매를 만들었다.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를 맡은 사미라 분(Boon)의 '소울 메이트'는 얼핏 보면 납작한 깔창 같지만 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밑창의 바깥 부분을 위로 접어 올려 붙이면 슬리퍼로 변신한다. 이동할 땐 다시 원 상태로 돌려 납작하게 보관할 수 있어 여행족들에게 유용한 아이디어다. 서울과학기술대 학생들은 노숙자를 위한 접기를 시도했다. 이들이 디자인한 '온 스테이지(ON STAGE)'는 노숙자들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거리공연용 폴딩 무대. 의자로도 사용 가능하다. 접으면 종이 가방인데 펴면 임시 거처로 활용할 수 있는 '노숙자를 위한 종이 가방'도 이채롭다.

공동 큐레이터를 맡은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보자기, 한복, 병풍, 부채 등 우리에게도 알고 보면 접기의 원리가 스며 있는 전통적인 사물이 많다"며 "오랫동안 사물을 유효하게 쓸 수 있는 지혜로 활용된 접기를 디자인의 시각에서 접근한 전시"라고 했다. 관람료, 참가비 모두 무료다. 문의 (02) 732-93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