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大馬不死?

〈제3보〉(55~82)=두 눈을 확보하지 못하고 쫓기는 말이 곤마(困馬)다. 하지만 덩치가 큰 곤마는 여간해선 죽지 않는다. 눈을 만들 곳이 워낙 많기 때문. 소위 대마불사(大馬不死)론이다. 요즘엔 경제면에 자주 등장한다. '거대기업은 망할 때까지 방치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보다. 하지만 바둑엔 "대마도 두 집 못 내면 잡힌다"는 역설(逆說)적 교훈도 있다. 진짜 무서운 가르침은 왜 한 번도 안 갖다 쓸까.

백은 좌변 대마를 버려둔 채 계속 요소(要所)를 차지해 간다. '대마불사' 심리다. 흑은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55로 정비한다. 곧장 잡으러 간다면 참고1도 1인데, 이후 진행에서 보듯 쉽지만은 않다. 일단 59로 가면서 후일을 기약하자 백은 60, 62로 다시 이득을 취한다. 그러나 63, 79를 불러 좌변 백은 더욱 취약해졌다.

64로 이 백은 살았을까? 아직 장담할 수 없다. 71은 정수. 손해 안 보겠다고 참고2도 1이면 8까지 바꿔쳐 잃은 게 더 크다. 76은 '가'로 따내고 흑 '나' 때 두어야 했다. 자체로도 10집에 가깝거니와, 훗날 흑 '다'의 이음과 연관된 뒷맛이 발생한다. 백은 상변을 다음 표적 삼아 82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