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슈퍼 에이트… 그래, 세상은 열정이 구하는거야

스티븐 스필버그(65)가 제작하고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 JJ 에이브람스(45)가 연출한 SF영화라고 해서 '슈퍼 에이트(8)'<사진>에 엄청난 특수효과나 기발한 스토리가 담긴 건 아니다. 어쩌면 스토리나 특수효과 따윈 애당초 상관없는 영화였는지도 모른다. '영화에 관한 영화'고, 스필버그와 에이브람스와 같은 '시네 키드'에 관한 영화이니 말이다.

외계인과 아이들의 교감을 그리는 건 스필버그의 'ET'와 사고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난다는 건 에이브람스가 제작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닮았다. 1979년 여름 사고로 엄마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초등학생 조(조엘 코트니)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수퍼 8㎜ 카메라'로 영화 촬영에 나선다. 촬영지 근처에서 미 공군이 수송 중이던 기차가 폭발하고 이때부터 조가 사는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전기가 끊기는 등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조는 자신이 좋아하는 앨리스(엘르 패닝)도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찾으러 나선다. 엘르 패닝은 아역 출신 연기파 배우 다코타 패닝의 친동생.

미스터리 형식이지만 대부분 관객은 답을 알고 있다. 영화 후반에 가서 모든 갈등구조가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며 내내 마음 한편이 저릿해지는 건 열두 살짜리 아이들이 영화를 찍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 때문이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아주 어린 시절 처음 영화를 보고서 미지의 세계에 매료가 됐던 순간부터 그 이후에 영화에 대해 가졌던 순수한 애정과 동경이 저절로 되살아난다.

'슈퍼 에이트'란 제목 역시 스필버그와 에이브람스가 공유했을 어린 시절의 열정에서 따왔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부터 수퍼 8㎜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고, 에이브람스가 여덟 살 때 수퍼 8㎜ 카메라로 찍은 영화는 몇년 후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영화제에서 에이브람스의 작품을 눈여겨본 스필버그는 자신의 수퍼 8㎜ 영화를 편집하는 일을 15세의 에이브람스에게 맡겼다.

주인공 조와 그의 친구들은 일명 '오타쿠'(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거나 집중하는 사람)라 불리는 남다른 취미를 가진 외곬들이다. 딱 봐도 꼬마 스필버그와 에이브람스다. '슈퍼 에이트'는 두 거장이 세계 곳곳에 있는 꼬마 분신들에게 '괜찮아, 결국은 오타쿠들이 세상을 구한단다'라고 따뜻하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16일 개봉 예정. 12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 조와 친구들이 수퍼 8㎜ 카메라로 찍은 영화가 나온다.(영화가 끝났다고 바로 자리를 뜨면 후회할 정도로 재밌다)

#대사
"리허설하자, 감정 연기는 실제 촬영을 위해 아껴둬."(12세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찰스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는 친구들에게 진지하게 말한다)

#해외평
'당신이 영화에 흥분하던 그때로 돌아가게 만들 것이다'(CBS라디오)

#이런 분들 보세요
어린 시절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