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권력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전교조 교사 늘어"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63) 시인이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발행하는 주간신문 '교육희망'에 최근 기고한 칼럼에서 전교조 조직의 권위주의를 비판했다. 이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내부 게시판을 통해 "김 시인은 전교조가 위기에 처해도 침묵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시인은 2008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38년간 교사로 일했으며 전교조 소속이었다.

김 시인은 지난달 9일 '교육희망'에 실린 '한심한 당신들의 동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래전 선생을 하면서 진정으로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전교조에서 만났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전교조란 말에 반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교조는 자신들이) 무슨 특별한 존경을 받고 사는 선택된 조직인 줄 알고, (중략) 자기들 말을 안 들으면 이제 한물간 시대착오적 가치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했다.

김 시인은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얼굴들은 무심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창고도 이런 창고가 없었다. 복도와 사무실 구석구석에 쌓인 때 지난 유인물들을 보며 나는 경악했다. 저 버려진 유인물들이 내 회비로 만든 것 아닌가. 나는 평생 전교조 회비를 내고 살았다. 그 돈이 아까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떻게 하든지 한자리 차고 앉으려는 그들을 바라볼 때 나는 심한 배신감과 인간적인 환멸을 느꼈다"면서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되자 그 권력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교사들이 늘었다. 곤혹스럽다"고도 했다.

김 시인은 "(전교조는) 강연 청탁전화할 때 지나치게 뻣뻣하고 경직되어 있고 불친절하고 일방적"이라며 "놀랍게도 전교조가 아직도 우리 사회 속에서 심정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줄 안다"고 했다. 또 "(전교조는) 강연료를 일방적으로 정한다. 나의 의견을 말하면 교과서에 실린 시인이 돈을 따진다고 몰아붙인다"고 했다.

김 시인은 "(전교조는)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찬 불편한 얼굴을 거두어 들여라. 반성하라, 마음의 문을 열어라. 부드럽고 착하고 선량하고 정답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빛나는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달라. 그것이 교사로서의 긍지와 그 권위와 위엄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글을 맺었다.

김 시인의 글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 군산의 한 교사는 지난달 30일자 교육희망에 "싸움의 현장에서 단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김 시인은) 전교조가 위기에 처해도 침묵했다"며 "교직을 그만둔 뒤 3년이 지난 후에 '평생 당신들의 동지였다'고 사랑 고백을 하니 난감하다"고 밝혔다. 아이디 '팔불출' 교사는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교육희망은) 김 시인의 글을 실어 많은 조합원을 불쾌하게 한 점을 반성하라"고 밝혔다.

일부 교사들은 "김 시인의 지적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아이디 '한글자판'이라는 교사는 전교조 내부 게시판에서 "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쪽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김용택 시인 혼자나 소수의 의견이라면 오해나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 할 수 있겠지만,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썼다. 아이디 '마파두부' 역시 "시인의 애정어린 충고를 너무 날선 상태로 맞받아치는 것 같다"며 "그냥 그대로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 줄 수는 없느냐"고 했다.

☞김용택 시인은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70년 덕치초교 교사로 부임한 후 2008년까지 38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1982년 문단에 데뷔해 '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 '그래서 당신' 등의 시집과, '섬진강이야기' '김용택의 교단일기' '아이들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 등의 산문집을 냈다.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