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30년… 이철수가 따뜻해졌다

1981년,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한 27세 청년 이철수는 세상과 싸우는 '무기(武器)'로서 판화를 택했다. 그의 첫 전시회에는 손발이 문드러진 한센병 환자들, 북 치는 앉은뱅이, 표정 없이 절규하는 사람의 모습을 콜타르로 고무판과 장판에 그린 음울한 작품이 나왔다. 그 후로 30년. 첫 전시회를 열었던 서울 종로구 관훈동 관훈갤러리에서 22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그간의 화업을 중간 결산하는 전시회를 연다. 이철수(57)는 "당시엔 판화가 격렬하고 완강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판화에 대한 이해가 짧았던 것 같다. 판화가 따뜻하고 섬세하며 아련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는 걸 최근 깨우쳤다. 생각이 비좁고 강팔랐는데 여유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출품작 113점 중 55점이 2005년 마지막 개인전 이후 제작한 것들이다. 전시회 표제작인 '새는 온몸으로 난다'에는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을 나는 독수리가 등장한다. '먼 길 가는 새들', '함께 가는 새들' 같은 작품엔 줄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떼를 그렸다. "요즘 잡고 있는 주제는 '마음'이에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누구나 겪고 있는 '소외' 문제죠. 새는 허공을 나는 존재라 정처 없이 떠도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적절한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이철수의 다음 작업 계획은 원불교 경전인 '대종경(大宗經)'을 판화로 옮기는 것이다. 그는 "불교의 마음에 관한 지혜를 현대적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했다. (02)722-4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