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퀴리부인' 허쩌후이 타계

'중국의 퀴리부인'으로 불리는 핵 물리학자 허쩌후이(何澤慧·97) 여사가 20일 오전 타계했다. 허 여사는 칭화(淸華)대 물리학과 동기인 남편 첸싼창(錢三强·1992년 작고)과 함께 1960년대 중국의 원자탄과 수소폭탄 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물이다.

1914년 장쑤(江蘇)성에서 출생한 허 여사는 1936년 칭화대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 베를린 고등공업대에서 탄도학 논문으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에 앞서 "귀국하면 중국을 못살게 구는 일본을 날려버리겠다"고 한 말로 유명하다.

이후 지멘스 약전류실험실과 하이델베르크 황실대 핵물리연구소 등에서 일하면서, 양이온과 음이온의 탄성충돌 현상을 발견해 영국 네이처지의 호평을 받았다. 2차대전 중인 1943년 파리에서 칭화대 물리학과 동기로 프랑스에 유학 온 첸싼창과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퀴리 부부가 이끄는 프랑스대학 핵화학실험실에서 남편과 연구원으로 일했다. 1947년 우라늄의 새로운 핵분열 방식인 삼분열·사분열 현상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48년 귀국한 후에는 중국과학원 근대물리연구소, 중성자물리연구실 등에서 일했고, 1958년 중국의 첫 핵반응로와 입자가속기를 만들었다. 1960년대 초에는 원자력연구소 부소장으로 중국의 독자적인 원자탄과 수소폭탄 개발을 책임졌다. 이런 공로로 1980년 중국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중국과학원 원사' 칭호를 받았다.

문화대혁명 당시인 1969년에는 '반동 학술 권위자'로 몰려 산시(陝西)성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007년 베이징에 있는 허 여사 집을 찾아가 "중국은 첸 선생과 허 여사의 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