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종목 투자' 압축펀드 최고 인기

지난달 2일 사상 최고치(2228.96)를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5월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월 들어 현재까지 코스피지수는 6.57% 하락했다.

하지만 이때를 노렸던 사람들이 있다. 주식시장 조정 장세가 이어지자 이 기회를 틈탄 투자자들이 펀드 가입 창구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 펀드에는 8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것)됐다.

연속 순유입으로만 따지면 8거래일이지만, 5월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닷새 빼고 매일 순유입됐다. 5월부터 현재까지 순유입된 규모만 총 2조4089억원이다. 투자자들은 이 돈으로 어떤 펀드를 쇼핑했을까.

◆압축형 펀드,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여전히 우량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인기가 돋보였다. 20~40개 종목에 투자하는 압축형 펀드와 그룹주 펀드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처음 돌파한 지난해 12월 이후 '수익률'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5월 이후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는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주식)A'다. 총 4745억원이 순유입됐다. 이어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주식](C/A)', '하나UBS블루칩바스켓 V-1(주식)Class A', 'KB한국대표그룹주자(주식)클래스A'에 총 1525억원에서 1812억원 수준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백지애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압축형 펀드의 인기가 좋다"며 "자문형 랩의 성장과 함께 업종별 편차가 심해진 것이 압축형 펀드 인기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펀드 자금의 단기화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던 펀드를 사들이기도 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오르면 펀드 투자금을 빼내고 하락하면 투자하는 등 펀드 자금은 단기적(短期的)인 성격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지난 4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5956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주가가 상승하자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투자자는 상반기 수익률이 예상을 밑돌았던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6개월 수익률이 각각 -2.42%, -3.24%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A)'와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 1(주식)A' 펀드에는 5월 이후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0.13% 하락했다. 배 연구원은 "펀드 투자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면서 가까운 시간 내에 수익률이 오르면 환매하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라고 설명했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분할매수'

코스피지수의 등락에 따라 액수를 달리해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늘었다. 이들은 주가 수준에 따라 자금을 나누어 매수하는 전략을 쓰는 펀드에 관심을 보였다. '하나UBS컴팩트블루칩분할매수 1[주식]종류A'와 '삼성코리아집중분할매수 1[주혼]_A' 등도 5월 이후 자금 유출입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2000대에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분할매수 펀드를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오르면 투자금액을 줄이는 등 분할 매수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