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혼 플래너'

"결혼반지를 망치로 부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세요."

최근 일본에서 결혼식이 아닌 이혼식(離婚式)을 열어주는 신종 직업 '이혼식 플래너'가 등장했다. 일본 최초의 '이혼식 플래너'인 데라이 히로키(寺井廣樹·31)씨는 18일 아사히(朝日)신문 기고를 통해 이혼식의 세계를 소개했다.

이혼식은 레스토랑 등을 빌려 진행된다. 신랑신부가 아닌 '구랑구부(舊郞舊婦)'는 먼저 초대한 친구들 앞에서 이혼을 서약한다. 이들은 헤어지는 이유를 각자 설명하고 남편과 아내로서 마지막 인사말을 한다. 결혼 생활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쇼'도 진행된다. 이혼식은 결혼반지를 직접 망치로 부수는 것으로 끝난다. 비용은 5만5000엔.

데라이씨는 2년 전 '이혼식 플래너'로 활동을 시작했다. 금실이 좋았던 대학 선배 부부의 이혼이 계기가 됐다. 데라이씨는 자신이 참석했던 선배의 결혼식만큼 멋진 이혼식을 직접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혼식을 마친 후 선배 부부가 "의외로 감동했다"고 한 말을 듣고 아예 직업으로 삼기로 했다.

데라이씨는 지금까지 20대부터 60대 부부까지 77쌍의 이혼식을 거행했다. 이혼식을 하는 중에 재산 분배와 양육비 문제를 놓고 싸우는 부부도 있었고, 결혼생활 동안 함께했던 배우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부부도 있었다. 이혼식 후 마음을 돌린 부부도 6쌍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재미로 여기느냐는 질책도 받았지만, 데라이씨는 이혼식을 계기로 두 사람이 인생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라이씨는 "이혼하거나 이혼을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두 사람이 함께했던 삶을 돌이켜보고 친지와 친구들로부터 충고도 들으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